
[시정일보]19일 오전 9시 관악구청 8층 대강당. 보건행정과 권성연 주무관이 ‘번져가는 불꽃’을 주제로 나눔에 대해 이야기한다. 파워포인트 자료는 기본, ‘나눔’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온 초에 직접 불을 붙이는 작업까지 작은 것 하나하나 신경 쓴 게 느껴진다.
‘발칙한 상상, 깜직한 발상, 너의 엉뚱한 생각을 맘껏 펼쳐봐’라는 슬로건 아래 지자체 최초로 테드(TED) 방식을 도입했다는 관악구 직원 정례조례 한 장면이다.
“엉뚱한 생각들이 인류 역사를 진전시켜왔다. 엉뚱한 생각은 상상력, 창의력이다. … 자연과학도 상상력이다. (상상력으로)가설을 세우고, 증명하는 것”, “(주민만족도 제고를 위해)‘공무원스럽다’는 틀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던 유종필 구청장의 인사말에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 물론 이날 직원조례가 일방적인 구청장 훈시가 아닌 발표를 통해 동료들과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소통과 공유’의 자리로, “무한변화를 시도했다”는 구 관계자의 말에도 백번 공감한다.
우수발표자를 뽑기 위해 ‘위대한 탄생’ ‘K-pop 스타’ 등 오디션 프로그램 평가방식을 빌려와 모바일 투표로 순위를 정했다는 것도 참신했다. 그러나 처음 접해보는 모바일 투표가 신기한 것도 잠시, 우수 발표자를 선택함에 있어 발표 내용의 질보다는 발표력이 좌우했다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공무원들이 ‘발칙한 상상, 깜직한 발상, 엉뚱한 생각’을 맘껏 펼친다는데 기대가 컸던 만큼 결과물에 대한 미련이 많은 모양이다.
시도는 좋았다. 특히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했다는 데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회를 거듭할수록 질적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는 확신도 든다. 문제는 투입된 노력에 비해 건질만한 성과를 장담하긴 어렵다는 것. ‘공무원 본연의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도 든다.
자치구 인센티브 사업만 해도 그렇다. A 자치구 모 국장은 “(외부로부터)사업비를 받아오면 더 없이 좋은 일”이라면서도 “수상 실적을 위한 과도한 투자는 비효율적이며, 공무원들이 인센티브 사업에만 매달리게 되면 오히려 구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업무에는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행정에서의 효율성을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