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내향적 성격
시청앞/ 내향적 성격
  • 방용식
  • 승인 2013.03.1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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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혈액형에 대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소시지, 오이지, 단무지, 그리고 3G가 그것이다. 소시(세)지는 A형이다. 소심하고 세심하고 G랄-우리말의 매우 심한 야단법석을 말하는 용어는 비속어인 탓에 알파벳으로 표기-같단다. 오이지는 O형으로 오만하고 이기적이며 G랄 같단다. 단무지는 B형으로 단순하고 무식하며 G랄 같다고 풀이한다. 3G는 AB형이다. G랄 같고 G랄 같고 또 G랄 같다는 뜻이다. 그냥 웃자고 하는 말인데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A형은 내향적 성격으로 대표된다. 잘 지내다가도 A형 혈액형임을 알고는 “그럴 줄 알았어, 어쩐지 그럼 그렇지” 등등의 조소(嘲笑) 섞인 말을 한다. 주저주저하며 남 앞에 나서지 못하는 사람을 A형으로 단정하는 분위기도 있다. A형에는 주로 부정적인 인식이 수반된다. 반면 O형은 활달한 성격으로, 긍정적으로 인정해 준다. 혈액형에 따라 성격을 판단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그래서 이런 비판에 대응하려는 노력도 생겨났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체액에 따라 인간의 성격(또는 기질)을 다혈질, 담즙질, 점액질, 우울질로 구분했다. 스위스 정신과의사 칼 융(Carl G. Jung)은 외향형, 내향형, 감각형, 직관형, 사고형, 감정형, 판단형, 인식형으로 나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격 분류는 여전히, ‘거의’ 불가능하다. 개인의 성격은 뇌의 호르몬으로 결정되는데 인간의 뇌에는 1000억 개의 뉴런과, 각각의 뉴런 속에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기 때문이다. 수학적 표현으로는 10의22제곱, 100해에 해당한다. 우주를 구성하는 1000억 개의 은하, 그 속에 은하를 이루는 1000억 개의 별의 개수와 같다. 호르몬도 그만큼 많을 것이라 감안하면 사람 성격을 넷이나 여덟 개로 유형화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내향적 성격은 사회에서 그다지 인정받지 못한다. 특히 기업은 활동적이며, 자기PR이 강한 외향적 성격을 선호한다. 내향적 성격이 나쁜 것도 아닌데 그렇다. 사실 내향적 성격을 가진 위대한 사람도 적잖다. 하버드 법대출신의 수잔 케인의 책 <Quiet>에는 마하트마 간디, 워런 버핏, 로자 파크스 등이 예로 나온다. 에디슨도 내향적 성격이었다고 한다. 이순신이나 이이, 이황 등도 내성적이었을 것이다.

SK와 삼성·한화·한솔 등 기업이 스펙 대신 ‘끼’를 갖춘 인재를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분명 외향적 성격이 내향적 사람보다 이로울 것이다. <중용>은 ‘하늘이 명한 것을 성으로 부른다(天命之謂性)’고 했다. 방향은 옳지만, 성격의 차이를 고려않는 사회적 쏠림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