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해도 학력 인정 못받는다던데…늘어나는 ‘비인가’ 캐나다외국인학교
졸업해도 학력 인정 못받는다던데…늘어나는 ‘비인가’ 캐나다외국인학교
  • 서영섭
  • 승인 2013.03.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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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교 희망 학부모 타깃 전국 4곳 성업

 

▲ BCC캐나다를 비롯해 우리나라 정부로부터 정식인가를 받지 않은 비인가 외국학교들이 ‘국제 대안학교’라는 이름아래 늘어나고 있다. 이는 대안학교 설립 취지와는 어긋나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초·중등과정 1년 등록금만 1000만원 훌쩍
관할 교육청 “국제대안학교일뿐 모두 불법”

 

[시정일보]“한국에서 캐나다에 유학 보낸 것과 똑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BCC캐나다 국외학교가 홍보하는 내용이다. 이들은 입학설명회나 입학 상담에서 자신들의 국외학교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의 공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BC주 교육부의 정식인가를 받은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BC주 교육부의 정기적인 감사도 받고 있으며 지난해 감사에선 최고 성적을 받았다고 얘기한다. 이들의 설명처럼 BCC캐나다 국외학교는 캐나다 기준에 맞춰 교육이 이뤄진다. 교사는 현지 교원자격증을 보유한 원어민 교사로 채워져 있다. 학생들도 학교에 들어서면 한국어 사용이 금지되며, 졸업하면 BC주 교육부가 주는 졸업장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학교는 캐나다 교육기관일 뿐이다. `학교’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학력인정을 받지 못하다 보니 우리나라 교육기관으로 진학하기 위해서는 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교육 당국으로부터 정식인가를 받지 않은 비인가 국외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캐나다 BC주 인가 학교만 해도 BCC캐나다를 비롯해 경기도 성남의 ‘BIS캐나다’, 강원도 속초의 ‘SIS캐나다’, 서울 암사동의 ‘캐나다 BC인터내셔널스쿨’ 등이 있다. 현재 이들 4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만 총 800여 명에 달한다.

이들 학교들은 국제학교에 보내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해외와 동일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광고하며 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졸업 후 캐나다 등 해외 교육기관 진학에 유리하다는 점도 학부모들이 국외학교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그러나 이들은 관할 교육청에 인가를 받지 않고 `국제 대안학교’란 이름으로 세워진 기관들이다. 우리 법률상으로 모든 학교는 관할 교육청 인가를 받아야 운영할 수 있다. 국외학교들은 `국제 대안학교’라는 이름을 내건 불법 학교인 셈이다. 일례로 BCC캐나다는 국세청에 부가가치세 일반과세자로 등록돼 있고 다른 곳도 사실상 학원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국제학교 등에 적용되는 내국인 학생 비율 최대 30% 등의 제약도 없어 학생은 대부분 한국인이다. BCC캐나다만 하더라도 전교생 250명 중에 외국인 학생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과학기술부 측은 “비인가 학교 설립은 엄밀히 얘기하면 모두 불법”이라며 “대안학교 형태로 비인가 학교가 이미 너무 많이 생겨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 국외학교 관계자는 “비인가 학교라 국내 학력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학부모들에게 알리고 있다”며 “국내 학력을 원한다면 별도로 검정고시를 보면 된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들 국외학교가 당초 대안학교 설립 취지와 어긋나 향후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당초 대안학교는 공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의 교육을 위한 취지로 시작됐다. 그러나 이들 국외학교 1년 등록금은 대학등록금을 뛰어넘는 1000만~2000만원 안팎이다.

한 고등학생 학부모는 “등록금만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들일 수 있는 학부모가 얼마나 있겠느냐”면서 “대안학교라고 하지만 사실은 귀족학교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徐永燮 기자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