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행복한 구로’ 만드는데 온 힘”
“주민들 ‘행복한 구로’ 만드는데 온 힘”
  • 방용식
  • 승인 2013.04.0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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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놀라운 신흥도시, 구로구’ 터전 다지는 이성 구청장

[시정일보]"작년에 세칭 명문대로 불리는 SKY와 포항공대 입학생이 25명이었어요. 금년 봄에는 74명으로 늘었습니다. 의대 합격자도 6명이나 되고요. 무려 3배나 늘었습니다. 2년 후에는 100명 수준으로 뛰어오를 겁니다. 교육의 악순환 고리가 이제는 끊어지고 있습니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민선5기 구청장 취임 이후 ‘주민들이 행복한 구로구’를 향해 끝없이 달렸다고 했다. 이 구청장은 “열심히 업무를 챙겼고, 나름대로 성실했다”고 말했다. ‘나름대로’라는 표현은 겸양인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서울시 인센티브 평가에서 복지, 문화, 안전도시 건설, 대사증후군 관리, 서울시세입 분야에서 1위를 휩쓸었기 때문이다. 또 고용노동부 주최 일자리창출 종합평가 전국 최우수상,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주관 공약이행평가 기초단체 전국 최우수상 등 ‘빛나는’ 성과를 거뒀다.

취임 3년을 앞둔 이성 구로구청장을 만나 그동안 구정운영 성과와 계획을 들었다. 이 구청장은 인터뷰 동안 차분하게, 열정적으로 응답했다. 말투는 화려하지 않았고, 유려하지도 않았다. 대신 소박했다. 구로구청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을 읽을 수 있었다. 대학(大學)의 ‘성어중형어외(誠於中形於外)’라는 구절이 생각났다.


서울시 첫 혁신교육지구 지정, 교육투자 확대 등…명문대 입학률 3배 증가 결실
34㎡ 초미니 구청장실 만들고 주민과 소통 확대, 일자리 확충 ‘전국최고’ 입증



- 민선5기 구청장으로 지내는 동안 구로구가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구로구의 10년 후 모습은 어떻게 예상하는가.
“선거 당시 ‘아이 키우기 좋은 구로, 좋은 일자리가 많은 구로, 복지 구로, 소통 구로’를 내세웠다. 그동안 선거구호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큰 결실도 있었다. 또 다른 선거 구호인 ‘주민을 위한 지역개발’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가리봉동·고척동 재개발, 철도기지창 이전 등이 완료되면 구로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조화를 이룬 ‘놀라운 신흥도시’로 부상할 것으로 본다.”

- 가장 큰 역점사업으로 내세운 일자리창출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좋은 일자리가 많은 구로구를 만들기 위해 민선5기 동안 1만8460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정했다. 그러나 4년 목표를 1년 만에 달성했고, 작년 말 기준으로 3만452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지금은 목표를 5만개로 늘려 잡았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자리 창출분야 우수구로 뽑혔다. 또 장애인 취업 증진을 위해 1년에 두 번씩 장애인취업박람회도 개최해 2년간 800명이 넘게 취업했다.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이 매년 400명 이상 취업한 곳은 전국적으로 구로구밖에 없다.”

- 일자리 확충과 함께 일자리의 수준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우리는 일자리를 통계가 아닌, 구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누가, 어디에 취업했는지 늘 살펴보고 있는데 일자리 중 3/4은 민간부문 일자리다. 일례로 대성디큐브시티와 MOU를 체결해 500명을 취업시켰고, 6000명 이상 주민이 공사현장 등에서 취업했다.”

- 교육관련 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업의 성과는.
“취임하고 나서 개최한 ‘500인 토론회’에서 주민들 대다수가 교육을 가장 큰 현안으로 꼽았다. 실제로 내가 사는 동네의 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 숫자와 그 입학생이 6년 후 졸업할 때의 수를 비교해 보니 70명이나 줄었다. 중학생이 되면 고등학교 진학 전에 전학을 가고, 고등학교에서도 또 전학을 간다. 교육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 때문에 이사 가는 주민이 생기지 않고, 구로에 살아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각 학교에 ‘학교발전 4개년 계획’ 수립을 요청했고 계획수립 학교 중 3곳을 ‘리딩스쿨’로 정해 매년 1억~2억을 4년간 지원하고 있다. 또 2012년 봄에는 서울시교육감을 만나 혁신교육지구를 협의했고, 지난해 10월 서울시 자치구 첫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

이런 노력으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 명문대 합격자가 작년에 비해 3배 늘었다. 물론 명문대 입학률 증가가 전부는 아니지만 ‘구로에서 공부하면 좋은 대학 가지 못한다’는 인식은 없어졌다. 앞으로는 초등학교 시설을 대폭 개선해 학생 수를 25명으로 낮추고 보조교사를 투입해 학업부진 학생을 돕는 한편 예체능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다.”

- 사업을 추진하려면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재정악화를 타개할 방안이 있다면.
“사실 금년 보육예산도 65억이 부족하다. 복지정책 확대와 수요 증가로 무상보육, 무상급식비 등이 크게 늘어 구 자체사업을 펼치기가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딤돌사업 등 민간부문과 협조하는 복지네트워크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관내 경로당 180곳을 여러 기관과 자매결연하는 사업도 실시했고, ‘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학생이 없도록’ 구장학회를 재정비하는 하는 한편 동별 장학회를 구성하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또 단순히 아껴 쓰는 차원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대외기관 사업공모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디지털 도로 공모에 당선돼 예산 40억을 절감했고 어린이집 건립사업 공모에도 당선되는 등 2년간 상금 152억을 받았다.”

- 인근 금천구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열악한 재정여건을 보완하고, 좀 더 효율적인 광역행정을 이끌어가기 위한 목적이다. 특히 금천구는 구로구에서 분리돼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며, 디지털단지도 공유하고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에 따라 금천구와는 1년에 2차례 합동간부회의를 열어 공동사업을 논의하고, 지난해부터는 구로구 유명축제 중 하나인 벤처인마라톤대회도 같이 진행하고 있다. 구로공단 옛 모습을 담은 박물관도 공동비용으로 건립하고 있다.”

- 구민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말은.
“구로구민 모두가 ‘굉장히’ 훌륭하다. 서울에서 거의 사라진 마을공동체가 다른 자치구보다 많이 살아있고, 구민들도 마을공동체 위해 적극 참여한다. 고맙다는 말씀 드린다. 지방자치는 애향심을 바탕으로 작동한다. 아무리 많은 시책을 펼쳐도 구민들의 지지가 없으면 힘들다. 앞으로도 구정발전에 꾸준한 관심을 부탁한다.
또 현재 구로구에는 많은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 간 분란소지가 있지만 주민들 스스로 대화와 타협을 많이 기울여주셨으면 한다. 구청도 주민들에게 이익이 가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
方鏞植 기자 /
bays1@sijung.co.kr

 

▲ 이성 구청장이 지난 2월5일 구로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얘기하고 있다.

 


하루를 통째로 비웠다, 주민과 소통 되더라
눈높이를 맞추고 이야기를 들어줬다


이성 구로구청장의 방은 ‘참’ 좁다. 34㎡이다. 자치단체장 집무실 면적 등을 규정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이 정한 99㎡의 1/3 수준이다. 좁아도 너무 좁다. 이런 이유로 이성 구청장의 집무실에는 구청장실에 으레 딸려 있어야 할 내실(內室)과 화장실, 응접실이 없다. 길쭉한 회의탁자 하나뿐이다. 자신의 집무실을 줄이는 대신 부서를 들였다. 그런데 이성 구청장은 “작은 구청장실이 훨씬 편하다”고 한다. 민원인들도 구청장실에 들어와서는 작은 규모에 놀라지만, 이내 못했던 말을 한단다. 구청장실이 작아서 심리적인 거리가 좁아진 덕분일까.

이성 구청장이 이렇게 집무실을 작게 만든 것은 그가 선거를 치루면서 구민과 자신에게 한 약속 때문이다. 그는 ‘구청장이 어느 순간 높은 사람이 돼 있다’면서, 자신은 절대로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선거팸플릿에 ‘목과 어깨에 힘주지 않겠다. 자랑하지 않겠다’고 적었다고 했다. 그는 전화도 비서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받는다.

이성 구청장은 소통을 중요한 구정 운영방향으로 꼽고 있다. ‘소통, 배려, 화합으로 함께 여는 새 구로시대’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구청장의 소통방법은 ‘진심’이다.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진행했던 ‘일일동장’을 하면서 그는 아침 7시30분 주민들과 마을청소를 시작해 동네 곳곳을 다녔다. 경로당·학교·어린이집·복지관·공사장 등은 빠지지 않았고, 행사참여 목적이 아니라 ‘하루를 통째로 비워 다양한 곳에서 편안하게’ 대화를 했다. 그는 “주민들은 문제해결 여부를 떠나 구청장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하시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자세를 낮추고, 눈높이를 맞추니 소통이 됐다고 한다. 취임 초 구청장실을 ‘점거했던’ 방문간호사들과 며칠을 동거(?)했다. 아침에 출근, 방문간호사들이 있는데서 업무보고 퇴근할 때는 같이 퇴근했다. 방문간호사들이 스스로 물러났다. 구청장을 만나기 희망하는 모든 사람은 제한 없이 만났다. 그 이후로는 구청 앞에서 끝없이 이어졌던 집회도 싹 사라졌다고 한다.

이성 구청장은 민선구청장의 덕목을 ‘주민과 소통하고, 주민에 대한 이해’라고 정의했다. 그는 올해도 시간이 날 때마다, 그렇지만 주민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사전연락 없이 ‘일일동장’을 할 계획이다. 눈높이를 구민에 맞추고, 구민을 배려하며,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구로구청장 이성이 사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