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사회 유감
신년인사회 유감
  • 시정일보
  • 승인 2005.01.2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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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明惠 기자 / myong@sijung.co.kr
몇 일 전까지만해도 각 자치구에서는 을유년 새해를 맞아 신년인사회가 한창이었다.
매 해 신년초 의례적으로 펼쳐지는 신년인사회는 구간부, 관내 기관장, 직능 단체장들과 지역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구의 새해 계획을 듣고 인사를 나누며 덕담을 교환하는 행사다.
하지만 이처럼 뜻깊은 행사가 해마다 반복돼 온 내빈소개에서 소외된 지역인사들의 불만과 시위, 주민들의 투덜거림으로 행사의 의미가 퇴색하기 일쑤였다.
두개의 ‘명장면’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재연돼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지난주 있었던 A구 신년인사회. 개회선언이 끝난 후 국회의원 시·구의원 유관기관장 등 구에서 정한 의전순서에 따라 내빈소개가 길게 이어졌고 호명을 받은 내빈은 주민들의 박수에 연신 고개를 조아리면서 자신의 ‘인기’를 실감하는 가슴벅찬 순간을 만끽했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동안 마냥 내빈소개만 할 수 없다는 듯 사회자는 ‘매정하게’ “다음순서는.... ”으로 넘어가자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모 인사의 얼굴이 점점 달아오르더니 격정적으로 “뭐 이런게 다 있어.”라고 일갈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린다.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눈치빠른 공무원 하나가 잔뜩 토라진 인사의 뒤를 쫓아 갖은 ‘감언이설’로 달래 그를 다시 자리에 앉힐 때까지 신년인사회장은 꽤 긴 어색함이 이어졌다.
B구의 케이스. 구청장의 인사말과 구의장, 국회의원의 축사가 이어지고 곧이어 지구당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자 여기저기서 하품소리가 들리고 몇몇 주민은 벌써 고개를 아래로 꺽고 있었다.
지루함으로 몸을 비틀던 주민 한 사람은 결국 자제력을 잃고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나지막이 “그만좀 하지.”를 외치고야 만다.
C구에서는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다과’없이 신년인사회를 치뤘는데 예년에 잘 차려진 상을 받아 본 경험이 있었는지 한 주민은 “손님 불러놓고 음료수 한잔 안주니 너무하네.” 하며 서운해 했다.
해마다 펼쳐지는 신년인사회는 이처럼 볼성사나운 해프닝과 주민들의 푸념이 뒤섞여 주최측인 구를 난감케하고 행사를 준비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선 ‘본전찾기 힘든 행사’로 낙인 찍힌지 오래다. 내년에는 어떨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