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모이만 먹고 날아갔다”
“참새 모이만 먹고 날아갔다”
  • 시정일보
  • 승인 2004.01.0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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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모이만 먹고 날아갔다.”
승용차 자율요일제에 대한 현 공직자들의 평가다.
밤 늦도록 골목골목을 누비며 승용차 자율 요일제 홍보에 전력했던 공무원들 스스로 내린 평가치고는 꽤 자조적인 느낌을 준다.
“지하철 정액권이나 공영주차장 할인 등에 적용된 예산은 고사하고 밤 늦게까지 골목골목에 세워진 차량번호를 일일이 확인해 가며 스티커 부착에 나섰던 인력을 어떻게 금액으로 환산할 수 있겠느냐”며 푸념을 늘어놓는 이의 말속엔 허탈감까지 묻어 나온다.
그도그럴것이 차 앞면에 부착된 요일제 스티커는 ‘아침에 자고 일어나 보니 붙어 있더라’는 강건너 불보기식 참여율로 체감교통량은 요일제 시행전이나 후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승용차 자율 요일제 ‘특수(?)’를 노린 참새족들에게 5000원권 지하철 정액권을 비롯한 각종 혜택만 제공한 셈이다. 그나마 양심이 있다는 시민은 두서너개의 요일별 스티커를 준비해 두었다가 해당 요일엔 다른 요일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게 고작이고 보면 승용차 자율 요일제에 대해 ‘참새 모이주기식’평가를 내리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물론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에도 문제는 있다. 그러나 성숙하지 않은 시민의식을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이끌기 위한 방법론에서 서울시의 이번 승용차 자율 요일제는 시민의식의 성장보다는 인력낭비와 예산낭비라는 큰 허점을 드러냈다.
오히려 이미 시민들에게 익숙해진 ‘10부제’나 ‘5부제’를 정착시키는 것이 생소한 요일제보다는 더 바람직했을지도 모른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시민단체 주도하에 시민운동으로 확산되었어야 할 승용차 자율 요일제가 관 주도로 진행되는데서 오는 부작용이라고 진단해 오히려 기존의 교통문화를 후퇴일면으로 이끈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