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독일과 일본
시청앞/ 독일과 일본
  • 방용식
  • 승인 2013.04.2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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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독일과 일본은 서로 비슷하다. 근대화가 상대적으로 늦었지만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부국강병을 이뤘다. 독일은 17세기 유럽의 신·구 기독교도 간 전쟁을 마무리 지은 웨스트팔리아 조약(1648)으로 350여개의 공국(公國)과 자유도시로 분할됐으나 1862년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의 등장으로 1870년 통일을 이룬 뒤 경제적 성장을 이뤘다.

일본은 1868년 메이지(明治)유신을 통해 막부(幕府)체제를 탈피해 천왕중심 국가로 변모,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에 들어가는 일(脫亞入歐)에 성공했다. 독일은 1939년 폴란드를 침략했고, 일본은 1941년 12월 진주만을 공습했다. 이 둘은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제공했다. 또 독일과 일본은 전쟁에서 패했지만 자본주의 체제수호를 담보로 한 미국의 도움으로 세계 최상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다시 등장했다.

하지만 독일과 일본은 ‘분명히’ 다르다. 바로 역사를 보는 눈이다. 그것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식하고, 다시는 거듭하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독일은 전쟁 책임에 대해 끝없이 반성하고 있다. 나치의 상징이던 ‘하켄크로이츠’를 국민의 이름으로 배격했고, 히틀러라는 이름은 타부(taboo)의 대상이다. 유태인 학살에 대해서는 총리와 대통령이 무릎을 꿇으며 사죄했다. 일본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2억 아시아인을 전쟁의 질곡으로 떨어뜨린 사실을 망각한다. 나이 어린 여성을 속여 자기들 군인의 성적 노리개로 삼았으면서도 ‘강제는 없었다’는 궤변을 일삼는다. 그러면서 총리마저 ‘평화헌법’이 미국의 강요로 만들어졌다며, 전쟁금지를 규정한 헌법 제9조를 바꾸겠다고 대놓고 말한다.

23일에는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참의원 답변에서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가와 국가의 관계에서 어느 쪽의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망발을 했다. 역시 피(血)는 속일 수 없다. 아베는 전범용의자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이다. 같은 날에는 일본 국회의원 168명이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인 도조 히데키 등이 묻힌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했다.

아베의 발언이 전해지자 우리 정부는 “아베 내각의 역사의식을 우려한다”며 일본과의 고위급 회담을 취소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도 중일우호의원연맹 소속 일본의원 면담을 거부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마이니치신문도 의원들의 집단적 신사참배에 우려를 표시했다. 앞으로 일본의 이런 태도는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역사를 거울로 삼지 않는 국가에 미래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