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외공관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기자수첩/재외공관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 정칠석
  • 승인 2013.06.0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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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박근혜 대통령이 재외공관장 간담회에서 “앞으로 재외공관이 본국 손님을 맞는 일보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재외국민이나 동포들의 어려움을 도와주지 않는 재외공관은 존재 이유가 없다”며 이런 관행을 바로세우라고 한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라 생각된다.

 

통상적으로 외교관들은 주재국을 찾아온 국내 유력 인사들을 수행하고 접대하는 데 더 열심이고 재외국민과 동포들을 챙기는 데는 소홀하다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치인이나 국가 고위직이 오면 외교관들은 주재원들까지 동원 공항 영접에서부터 숙식 해결, 일정 뒷바라지, 관광 안내나 수행은 물론 심지어 저녁 술자리 접대까지 따라다니느라 고유의 업무인 주재국을 상대하는 외교활동과 재외국민 보호는 뒷전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본국에서 온 인사들이 재외공관원들에게 거들먹거리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식 일정도 아닌 관광 쇼핑 같은 개인 일정에도 대사관 차를 요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대사나 총영사는 평상시 공관을 찾은 정권 실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의전과 접대에 가장 공을 들여 인사청탁을 할 수 있는 연줄을 만들기에 급급하다는게 외교가의 푸념섞인 정설(?)이다.

이런 현상이다 보니 외교관들은 현지 주재원을 비롯 재외국민의 공복은커녕 권위주의와 관료주의에 물든 행태를 보일 때가 많다고 한다. 외교관들이 그런 잘못된 관행은 인사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외교부는 철저한 매뉴얼에 의해서 인사가 결코 연줄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이뤄지도록 하는 공정한 인사시스템을 가동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대통령이 재외공관에 대해 강도 높은 지적이 있었던 만큼 더 이상 재외국민과 동포사회에서 대사관은 차라리 없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을 실시함은 물론 재외공관에 대해 제대로 업무를 하는지 상시 감찰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외국을 찾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과 고위공무원들이 외국 출장 시 과도한 응대 요구로 칙사대접(?)을 받는 관행을 과감히 근절토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력하게 문제를 지적한 만큼 이러한 잘못된 관행이 꼭 개선돼 외교공관이 주재국과의 외교 관계를 조율해 국익을 극대화 시키고 체류하는 재외국민을 돌보는 영사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