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점에서 지난달 한 구의회 구정질문 중에 있었던 해프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날 한 구의원은 집행부의 부적절한 보도관행을 지적하며 집행부가 예산을 담보로 부정적 보도기사를 내보내는 신문사들을 대상으로 직간접적 목조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집행부의 이 같은 행태가 갑-을 종속관계의 전형적인 사례로 군사독재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사전검열이라며 집행부를 신랄하게 비난했고 이런 관행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언론이 직간접적인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의원의 소신발언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구정질문이 끝나고 진행된 정회에서 그 의원에 대한 신뢰와 믿음은 한 순간 무너졌다. 기자들과 의견 차이로 논쟁을 벌이던 의원은 “내년 예산 때 봅시다”라는 협박 아닌 협박으로 기자들을 당황케 했다. 불과 10분 전 언론을 통제하려 한다며 집행부를 손가락질하던 그 의원의 말과 실제 태도는 180도 달랐다.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전국의 각 지역에서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진출을 노리는 출마예정자들이 벌써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곧 크고 작은 공약들이 난무할 것이다.
후보자가 내놓은 공약들이 실효성이 있는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여러 잣대를 통해 꼼꼼히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보자 자체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따져보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말과 행동이 따로 놀던 사람이 국민의 일꾼으로 선택되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 되진 않는다. 더 많은 권리와 권한을 갖게 될 테니 오히려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유권자에게는 약속을 지킬 사람을 고르는 눈이, 당선자에게는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이 있다면 민선6기 지방자치는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