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초의회 유ㆍ무용론
기자수첩/ 기초의회 유ㆍ무용론
  • 문명혜
  • 승인 2013.08.1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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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明惠 기자 / myong5114@daum.net

 

문명혜 기자
[시정일보] 기록적인 장마에 이어 푹푹찌는 폭염이 맹위를 떨치던 지난 주말 일과 후, 기자는 몇몇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곁들인 술자리를 가졌다.

 날씨, 경제 등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몇순배가 돌아간 후 화제는 내년 지방선거로 옮겨갔는데 이때부터 작은 논쟁이 시작됐고, 논쟁은 정당공천 폐지, 기초의회 유ㆍ무용론으로 발전했다.

기초의회의 불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은 현실성이 결여된 뜬금없는 질문, 과도한 자료요구들이 행정력을 허비하게 해 결과적으로 대시민 행정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논리를 펼쳤고, 의원들의 끊이지 않는 이권개입도 기초의회 폐지론에 무게를 더하는 좋은 재료였다.

하지만 1995년부터 18년간 지방자치 현장을 지켜 본 기자는 기초의원들의 활약성을 누구보다도 실감하는 편인데, 국회의원이나 시의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주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구의원들이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 소선거구제에서 중선거구제로 바뀌며 구의원들의 관할이 넓어졌지만 군말없이 다리품을 팔아가며 민원을 수렴하고 주민들의 편안함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온 장본인도 구의원들이다.

여름철 질병예방을 위해 흰 연기를 뿜어내는 방역기계를 짊어지고, 오물수거, 환경정비 등 궂디 궂은 3D 일을 장기간 계속해 오고 있는 것을 단순히 공명심으로 치부해 버리기엔 그들이 흘린 땀방울의 농도가 너무도 짙다.

주민들의 호흡을 부드럽게 하는 소공원 조성, 어린이집, 체육공원 건립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달동네 국공유지 문제해결을 위해 소송까지 불사하는 등 그들이 주민들을 위해 흘리는 땀의 무게는 상상 이상이며, 이 과정에서 집행부와의 불편한 언쟁은 물론이려니와 심지어는 ‘거대공룡’ 정부와의 버거운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순기능이 많고 풀뿌리 민주주의 상징이기도 한 기초의회가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는 무얼까. 지방자치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부족한데다 일부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여행, 비리 등은 크게 부각되고 그들의 빛나는 성과는 지역울타리 밖으로 전파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날 술자리의 논쟁은 승자없는 뒷담화로 끝났지만 기초의회 무용론이 비등해져 반쪽짜리 지방자치가 된다면 지역주민들이 누리던 ‘깨알같은’ 혜택도 동시에 사라지게 될텐데, 이를 막는 방법은 기초의회 자신이 한 일들을 널리 알리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도 유력한 해법이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