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념의 보름달
<기자수첩> 상념의 보름달
  • 문명혜
  • 승인 2013.09.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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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민선5기 마지막 추석은 서울시와 자치구 공무원들에겐 각별했다.

 9개월 남은 내년 지방선거의 결과를 점쳐 볼수 있는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수천만이 움직이는 민족의 대이동이 이뤄지는 추석은 평소 생업에 쫓겨 소원해졌던 가족친지들이 모여 사랑방좌담회를 열고 속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민심 확인의 장임이 분명하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들이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누차에 걸친 지방선거 후에 겪었던 직간접의 경험이 자신을 국외자로 남게 하지 않은 경험칙 때문이다.

남들의 부러움을 사면서 주요 보직에 있다가 단체장이 바뀌면서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어깨를 늘어뜨린 채 자의반 타의반 텃세 심한 ‘무연고지’로 떠나는 장면은 단골 신이었다.

공무원의 자리는 비워둘 수 없기 때문에 반대의 경우도 똑같이 벌어지는데 바뀐 단체장이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인물을 요직에 앉히고 선택된 공무원의 봄날이 시작되기도 한다.

민주주의의 주요 토대중 하나인 선거가 공무원들에게 뜻밖의 번민과 롤러코스터의 스릴을 안겨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고금을 이어져오는 전통, 엽관제 정실인사의 그림자 때문이다.

이전 수장 밑에서 요직에 있던 사람을 ‘전직 사람들’로 분류하고 업무수행능력과는 별개로 자신에게 충성할 부하직원을 찾는 것은 인지상정이자 유사이래의 관행인 것이다.

4년마다 치르는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공무원들에겐 또다른 고민거리가 생기는데 현재 벌이고 있는 사업에 대한 태도가 복잡미묘해지는 경험을 하는 것으로, 내년에 단체장이 바뀌면 백지화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으니 아무래도 손아귀의 힘이 풀리는 걸 느끼게 된다.

물론 이같은 상황이 모든 공무원들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직업관, 세계관에 따라 시민들과 서울의 미래를 위해 신발끈을 단단히 조여매는 ‘공복’들도 있으며, 이들이야말로 행정의 진화를 이끄는 숨은 주역임이 분명하다.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에 떠오르는 보름달은 풍요의 상징이며 마음을 넉넉하게 하지만 어떤 공무원들에겐 상념의 달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