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회 선진화법, 법 취지 살려 보완해야
<기자수첩>국회 선진화법, 법 취지 살려 보완해야
  • 정칠석
  • 승인 2013.10.0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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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여야가 국회선진화법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이며 대립하고 있다. 여당은 야당이 법을 악용할 가능성을 거론하며 법 개정 및 위헌 소송 제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에 대해 야당은 반발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18대 국회 막바지인 지난해 5월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으로 제19대 국회 임기개시일에 맞춰 시행됐으며 이른바 다수당의 날치기와 소수당의 실력 저지가 반복되는 구태를 막자는 취지로 제정된 법이다.

이를 위해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사변, 국가비상사태로 제한하면서 교섭단체 합의를 거치지 않은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했다. 거기에 여야 동수의 안건조정위원회, 무제한 토론 등이 추가됐다. 이로써 법안심사를 하는 상임위부터 야당이 반대하면 본회의 상정자체를 할 수 없게 된 것은 의원들의 법안심사권을 박탈하는 것이며 천재지변이나 전시·사변, 국가비상사태시에도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하는 경우에만 직권 상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결국은 의장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야쟁점법안에 대해 선진화법은 신속처리제를 두기는 했으나 이를 적용 안건으로 지정되려면 안건조정위원회에 넘겨 90일내에 처리토록 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정기국회에서의 처리는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재적의원 또는 재적상임위원 5분의 3 이상’으로 의결토록 규정하고 있어 헌법 제49조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가부 동수인 경우 부결된 것으로 본다’는 법을 사문화하고 있다. ‘헌법 또는 법률의 특별한 규정’에 의한 특별 정족수는 개헌, 탄핵소추, 대통령 재의요구 법안의 재의결의 경우처럼 헌법 명문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렇듯 사실 제정 당시부터 악용가능성과 부작용으로 민주주의 다수결 원칙이 무너져 식물국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실제로 지난 2월 정부조직법 개편안 논의 때는 야당이 안건조정제도를 들고 나와 처리가 지연되기도 했다. 물론 법이 국회를 옭아매 기능을 마비시켜 일을 못하게 한다면 이는 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소속 의원이 재적 5분의 3 이상의 찬성은 절대 다수당이 아닌 한 언제든 소수의 독재 앞에 의정 전반이 무력해지게 되어 있다.

여야는 당리당략을 떠나 무엇이 진정 회의진행과 국민을 위한 길인지를 따져 국회 선진화법의 당초 취지를 살려 보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