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다시 한 번 기회를 주자
기자수첩/다시 한 번 기회를 주자
  • 이승열
  • 승인 2013.11.2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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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昇烈 기자


[시정일보]기자는 지난 2007년 한 벤처기업에 몸담았던 적이 있다. UMPC(ultra mobile personal computer)라는 모바일기기를 개발해 만드는 회사였다. 기존의 PMP나 MP3플레이어, PDA 등이 컴퓨터의 한정된 기능을 모바일로 사용하는 한계가 있었던 반면, UMPC는 그 자체가 완전한 컴퓨터였기에 시장을 선도할 제품으로 한동안 상당한 주목을 받았었다.

그러나 그 UMPC의 인기는 빛을 보기도 전에 사그라졌다. 얼마 뒤 등장한 스마트폰 때문이었다. 우리 회사를 포함한 신규업체들은 거의 사라졌다. 당시 모바일기기로 성장했던 벤처기업들은 지금은 대부분 찾아볼 수 없다.

얼마 전 가리봉동에 취재를 갔다가 가산디지털단지 내 벤처타워를 찾았다. 우리 회사가 있던 사무실은 공실이었고 이웃 회사들도 거의 없어지거나 주인이 바뀌어 있었다. “이 사람들은 다 어디 가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마음이 착잡했다.

우리 사회는 실패에 관대하지가 않다. 해마다 수많은 청년과 기업들이 시장에 나오지만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실패한 사람들은 늘어만 가지만 우리 사회는 그들을 긍정적으로 봐주지 못한다. 너무나도 쉽게 ‘경쟁사회의 패배자’라는 낙인을 찍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한 번 실패하면 다시 반등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에서 그 원인을 찾고 싶다. 일생 동안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앞서기도 뒤서기도 하지만, 어느 한 순간 뒤처졌을 때 몰락하지 않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체계가 우리 사회엔 부족하다. 기자는 그 시스템을 바로 ‘복지’라 부르고 싶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복지를 돈 있는 사람들이 내려주는 시혜(施惠)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 재원이 없다는 소리가 매번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는 ‘철학’의 문제다. 복지의 정의를 ‘불쌍한 사람을 돕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여긴다면, “재원이 없어서 못한다”는 말 대신 재원 마련의 방법과 가능한 시기를 모색하게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이런저런 혼란이 적지 않지만 크게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과 보편적복지 공약, 두 가지 문제였다. 전자에 대한 얘기는 다른 자리를 필요로 하겠지만 후자에 대한 조언은 간단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을 바꿔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