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모시는 공무원, 부리는 주민
기자수첩/모시는 공무원, 부리는 주민
  • 이주영
  • 승인 2013.12.0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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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기자


[시정일보]어떤 이들에게는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는 함박눈은 현실에서는 교통체증 등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지난 11월27일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함박눈이 서울 도심에 펑펑 내렸다.

내리는 눈을 보니 몇 일 전 A구청 모 과장과 나눈 제설작업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유독 폭설이 많았던 지난 겨울 눈이 내리기만 하면 구청과 동주민센터 등 각 부서의 공무원들은 제설장비로 무장하고 눈치우기에 바빴다. 구청 일대의 눈을 치우던 어느날 한 점포 안에서 주인이 나오더니 손님들 다니는데 미끄러우니 자기네 가게 앞 눈부터 치우라고 소리를 치더란다. 이에 그 과장은 “내 집, 내 점포 앞 눈은 스스로 치우시는 겁니다”라고 말하니 주인은 기분이 나쁘다면서 작은 마찰이 있었다고 했다.

기상청에서는 올 겨울 극심한 기온 변동과 함께 30cm이상의 국지성 폭설이 잦다고 예고했다. 올해라고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선거를 통해 자치단체장을 뽑는 민선시대 행정의 서비스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지만 주민들 스스로도 무조건적인 서비스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의무에 대해 고민해 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서울 꽃으로 피다’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꽃화분 나눔행사를 위해 주말 오전 동주민센터 직원들이 투입됐다. 단지내 방송을 통해 주민들이 화분을 가져가도록 하면 좋았겠지만 참여율이 낮아 집집마다 직접 배달에 나서게 됐다는 것. 얼마 후엔 꽃이 죽은 몇몇 화분들은 다시 가져가라며 단지 앞에 버려졌다.

물론 공무원은 국민, 주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집무해야 하고 주민의 편의를 위해 봉사를 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서비스의 선을 지킬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줘야 할 주체는 바로 주민 스스로이다.

많은 지자체에서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라는 말을 내걸고 주민과 함께 소통하는 참여사업을 펼치면서 주민자치를 강조하고 있다. 그 꿈의 ‘살기 좋은 동네’는 집행부의 완벽한 사업계획과 몇몇 공무원들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

내가 살고 있는 나의 동네를 ‘좋은 동네’로 만드는 일에는 그 누구보다도 내가 먼저 나서야 함은 당연하다.

‘섬기는 행정, 서비스 행정’도 좋지만 주민들 스스로도 자신의 의무에 대해 고민해 보고 솔선수범 할 수 있어야 모두가 꿈꾸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하루라도 더 빨리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