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에 민감해지자
‘性’에 민감해지자
  • 시정일보
  • 승인 2013.12.1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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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후진적 사회일수록 그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가진 권리 침해에 둔감하다고 한다. 이런 사회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권리 침해에 침묵하며 이는 부당한 권력에게 사회의 지배권을 내주는 결과로 이어진다. 단적인 예가 바로 직장내 성희롱이다.

초고속 경제 성장을 이루며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아직 이 같은 직장내 성희롱이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적 사회에는 발을 들이지 못한 듯하다.

지난 5월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대통령 방미 수행 중 벌어진 청와대 대변인의 성희롱 사건은 현재 우리나라 수준을 그대로 반증하고 있다. 물론 일차적 원인은 개인의 부도덕성에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성희롱에 둔감하고 그대로 방치해도 침묵하는 우리 사회에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 정부도 지자체나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전국 10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대해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화했다. 불이행 시 300만원 과태료 부과라는 처벌과 함께 ‘성숙된 성 문화 정착’을 위해 힘을 쏟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한 지자체 공단에서 열린 행정사무감사 현장의 모습은 선진적 사회로 발돋움하려는 정부의 노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날 감사장에서는 공단 고위직 간부 2명의 해임에 대한 공방이 오갔다. 당연히 의원들은 해임 이유를 추궁했고 공단 이사장의 대답은 장내를 충격에 빠뜨렸다. 평소 활동적으로 생활하던 여직원이 사표를 제출하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공단 이사장이 여직원을 불러 면담한 결과 직장내 성희롱에 의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사장은 즉시 감사에 돌입해 해당 간부 2명을 해임처분 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공단의 직무 환경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었지만 당시 사무감사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진행됐다.

공단 여직원 성희롱이 있었다면 다른 피해자는 없는지, 공단의 감사는 객관적으로 잘 이뤄졌는지를 묻는 게 당연한데도 감사는 해임 간부 직원들의 정치적 연관관계와 지난번 해임처분 소송 패소, 그리고 관련 소송 패소로 인한 구 재정 손실의 우려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마치 이번 해임에는 불손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단정 짓는 모양새였다. 더구나 한 의원은 공단의 감사 기능을 없애라는 권고까지 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성범죄에 대한 관대한 처벌이 성범죄를 용인하는 조직문화를 부추긴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직장을 떠나고 가해자는 버젓이 직장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피해자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나 제2, 제3의 피해자 예방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성희롱을 용인하는 조직문화에 우리 스스로 예민해져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