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익과 위세에 굴복하지 않는 공무원
기자수첩/ 이익과 위세에 굴복하지 않는 공무원
  • 이승열
  • 승인 2014.01.09 14:01
  • 댓글 0

이승열 기자
[시정일보] 지난 12월 용산구에서는 두 명의 ‘청백공무원’이 상을 받았다. 이 상은 용산구가 청렴·결백하고 헌신·봉사하는 공무원을 발굴해 구민에게 신뢰받는 공직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 중 김종복 청파동 주민생활지원팀장의 사연은 단지 청렴한 공무원을 넘어 불의에 대한 저항과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행보로 타의 모범이 될 만하다.

김 팀장은 취약계층의 대부로 행세하면서 사이비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하는 악성 고질 민원인 A와 수년 동안 지난한 싸움을 진행해 왔다.

그는 지난 2008년 용산구청 주민생활지원과 복지기획팀에 근무하던 중 A라는 자가 청각장애인 및 무연고출소자 재활복지를 위한 사회복지법인의 원장 및 수화통역사로 행세하며 그들을 착취하고, 전국 각 지역에서 공무원에 대한 욕설·폭언·협박과 악성 민원 및 고소·고발을 남발하면서 정상적인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김 팀장은 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차근차근 수집하고 조사해 A가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이 미신고시설이며 수화통역사 자격증도 없는 점, 교회의 담임전도사라는 주장도 거짓인 점 등을 밝혀내고 이를 전국 지자체 및 공공기관에 알려 A의 활동 영역을 좁혔다.

뿐만 아니라 수시로 해당 미신고 사회복지시설의 실태를 조사해 인권침해 요인을 제거하고 A와 연관된 장애인 및 무연고출소자들의 제반 변동사항을 철저하게 확인해 부정의 씨를 말려 나갔다.
A도 가만있지 않았다. 김 팀장을 수차례 고소해 공무집행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그 고소는 모두 기각·각하됐고, 김 팀장은 오히려 용산경찰서 등과 협조해 A를 결국 구속시켜 지난해 법의 처벌을 받게 만들었다.

김 팀장의 이와 같은 사례는 서울시가 주최한 ‘2013년 청렴실천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최우상을 받기도 했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선생은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확연히 지킬 것을 지켜 흔들리지도 말고 빼앗기지도 아니하면 곧 인욕(人慾)이 물러나고 천리(天理)가 유행할 것이다”라고 했다. 또 “이익에 유혹돼서도 안 되고 위세에 굴복해서도 안 되는 것이 수령의 도리이다”라고도 했다.

김 팀장은 “나 한 사람이 힘들더라도 많은 동료들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사명감으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그러나 그는 분명히 불의와 타협할 때 오는 편안함을 극복하고 오히려 당당히 맞서 결국 승리했다. 그가 걸어 온 행보는 공무원 사회를 넘어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