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자체 더 이상 줄일 게 없다
기자수첩/ 지자체 더 이상 줄일 게 없다
  • 이주영
  • 승인 2014.01.1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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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기자
[시정일보] 새해가 되면 다이어리의 첫 장을 넘기며 설레는 마음으로 그 해 계획들을 적으며 희망을 꿈꾼다. 하지만 지금 지자체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다이어리에는 새롭게 쓰인 계획이 없다.

복지예산 증가로 인해 새로운 사업구상은 물론 기존 진행해 오던 사업도 축소하거나 종료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도 예산에서 복지예산의 비율이 총 예산의 50%를 넘는 구가 25개 자치구 중 8개나 되고 그중 노원구는 60%를 넘었다. 나머지 40%대의 예산으로 1년을 견뎌야 하는 지자체에서는 매일 같이 긴 한 숨 뿐이다.

이렇게 초긴축 예산을 심의했던 지난해 말 자치구 예결위원장들은 한 목소리로 ‘허리띠를 졸라 메고, 마른 수건을 다시 짜는 심정’이라는 말로 예산안 심의결과를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중앙정부와의 매칭사업 등 심의자체가 불가능한 복지관련 예산이 대부분이고, 공무원들 월급주기도 빠듯한 예산을 이리저리 짜 맞추다 보니 신규 사업은 그림의 떡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모 구청 기획예산과 팀장은 “이전부터 재정상태가 넉넉하지 않아 새로운 사업 추진 구상은 엄두도 못 내고 한 해 한 해 늘어가는 복지예산 확보를 위해 시책업무추진비, 사무관리비 등을 동결한지 벌써 3년이 넘어가고 있다”면서 “구에서 줄일 수 있는 모든 예산은 이미 최대한으로 삭감하거나 줄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와 서울시가 한 목소리로 국회에 계류 중인 영유아 보육비의 매칭 비율 조정 법안이 통과돼 지자체 재원마련에 숨통이 트이게 되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국가의 역할과 지방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국가의 역할에 맞게 조세 체제는 잘 되어있는지? 내셔널미니멈이 자치단체간의 불균형은 없는지?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또는 지방광역정부와 기초정부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면서 현재의 복지예산구조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 장애수당, 기초노령연금, 무상보육 등 전국 어디에 살든지 간에 그 재원 전부를 국가에서 지원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복지도 좋고 풀뿌리 민주주의도 좋지만 이를 위해선 현실적으로 돈이 있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는 정부로부터 적정예산을 지원받거나 지방세를 올리지 않으면 기초단체의 예산상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다. 여기에 올해 지방선거 실시로 민간소모성 행사 등에 지출되는 예산도 덩달아 커질 텐데 이러다 지자체의 2014년 다이어리가 12월 백지로 닫히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하고 23년이 지났지만 ‘진짜’ 지방자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진짜’ 지방자치를 위해서 정부는 우선 지방재정 확립을 위한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