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너도 나도 ‘북한 전문가’
기고/ 너도 나도 ‘북한 전문가’
  • 시정일보
  • 승인 2014.02.0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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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하 (군사저널 발행인)

 

박정하 대표
[시정일보] 2014년 ‘청마의 해’ 갑오년이 시작된 지도 벌써 하순에 접어들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통일대박, 남북한관계, 키리졸브 및 독수리연습, 한-미 방위비 분담, 박대통령의 스위스 방문 및 다보스포럼 참가, 안철수 신당의 태동, 실업율 증가, 개인정보 유출 등 여러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이슈 가운데 북한의 ‘중대제안’을 비롯하여 이산가족 상봉문제가 최대관심사가 되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남북한 관계를 소재로 한 ‘북한전문가 문제’를 다뤄보기로 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늘 경향 각지의 언론-방송 등 매체에서는 남북한 관계의 향방을 놓고 탈북자를 포함한 수많은 내외 전문가들의 전망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북한에서 직접 살다가 ‘따뜻한 나라’를 찾아온 탈북자들은 논외로 하고, 필자는 한동안 북한을 ‘가상 적국’으로 간주하는 가운데 ‘북한연구’에 적지 않은 장벽이 있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언제 어디서 이렇게 많은 북한전문가들이 양성(?)되었는지, 고개를 갸우뚱 거릴 수밖에 없다.

지구상에서 북한만큼 독특하고도 ‘상식과 이성’만을 가지고 분석·평가·진단·전망하기가 어려운 국가도 없는데, 이들 전문가들은 ‘짧은 기간에, 축지법을 쓰듯’ 북한을 연구하고 간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누구나 할 수 있고, 아무나 갈 수 있다면 나는 그 길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기본지식과 소양만 갖춘다면 너도 나도 별 연구나 탐색없이 북한전문가가 되기는 그리 쉽단 말인가?

아무튼, 학부나 대학원에서 정치학이나 행정학 등은 차치하고라도 약학이나 의학을 전공한 분까지 가히 학제간 연구(Interdisciplinary Study)를 방불케 할 만큼 북한전문가가 너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런 백가제방(百家諸方) 식의 전문가가 우후죽순처럼 나타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그토록 갈구하는 ‘평화통일’을 위해 바람직한 것이기는 하나, 북한의 실체와 동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떠돌이 약장수의 광고나 선전, 외국의 모델이나 이론을 도입하여 북한을 투영하는 일은 분단국가인 우리만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위험하고도 무모한 짓(?)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과 같은 21세기 최첨단 과학문명사회에서는 일찍이 ‘단련된 무능력(Trained Incapability)’이라는 용어가 정착되었듯이 각자가 연구하는 영역이 세분화, 전문화, 구체화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위공직에 있는 사람이라 하여도(물론 현실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말단 9급 공무원을 뽑는 공채시험에 ‘합격할 확률’은 극히 낮아지기 마련이며, 정치학박사가 초보의 차량정비능력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그토록 많은 북한전문가가 배태, 양성, 교육되어 활동하게 되었는지, 정말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는 특정분야에 대한 이론적인 지식과 자료는 물론 실무적인 경험을 고루 갖추고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수 있어야 유자격자가 되는 것이며, 북한의 선전과 픽션을 사실 정보와 혼동해서도 안된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을 살아가는 ‘진짜 전문가’가 응당 지녀야 할 일말의 양심과 소명의식이 아닐 지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자성의 계기로 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