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 아이들은 우리 모두가 함께 키우자
기자수첩/ 우리 아이들은 우리 모두가 함께 키우자
  • 이승열
  • 승인 2014.02.2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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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기자
기자의 여성 후배 A는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대만에서 유학을 했으며 2개 외국어에 능통한 재원이다. 잘나가는 수출 대기업에 입사해 우수한 실적으로 과장까지 승진했다. 그러나 결혼 후 아이 둘을 낳은 지 얼마 후, 그 역시 평범한 주부가 됐다. 문제는 A의 선택이 비자발적이었다는 데 있다. 친정 어머니가 아이를 봐주기 어렵게 되자 별 수 없이 집에 들어앉은 것이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2013년 경력단절여성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과는 이 땅의 여성들이 결혼해 아이 낳고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려준다.

우선 재취업 경력단절여성(경력단절 경험이 있는 여성 중 다시 취업한 여성)이 재취업 시 경험한 애로사항 중 가장 큰 것은 ‘자녀양육 및 보육의 어려움’(41.1%)이라고 한다. 이는 한창 자녀 양육을 책임져야 할 30대 여성들에게 특히 높게 나타났다.(30~34세 64.3%, 35~39세 54.1%)

또 비취업 경력단절여성들이 재취업을 위해 희망하는 정부정책으로, 20대는 ‘가족친화적 기업문화 조성’이, 30대부터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취업 여성들의 경우, 20대는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 30대는 ‘직장·국공립 보육시설 확충과 보육지원’을 가장 많이 희망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의 의미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20대는 임신과 출산을 원해도 기업 및 조직 내부의 문화와 강압적 분위기 때문에 마음먹은 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며, 30대는 출산 이후 취업을 하려니 마땅한 일자리가 없고 일자리를 구해도 보육시설이 부족해 난처하다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물론, 최근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정책들은 상당히 가시적이다. 여성부에서는 아이돌봄서비스를 확대하고 재취업을 위한 방안도 속속 내놓고 있다. 안전행정부와 서울시는 올해 시간제 공무원 채용을 시작했다. 지자체들도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는데 마포구의 경우 사회적기업 취업 연계를 위한 실무교육을 실시해, 여성 취업과 사회적경제 활성화의 일석이조를 노리는 참신한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정책보다는 비전과 철학이다.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자녀 하나 낳은 분들은 반성하셔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우리나라가 초저출산의 덫에 빠져 있는 것을 걱정하는 발언의 취지는 십분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낳을 수 있는 여건이 돼야 애를 낳을 것 아닌가? 우리나라의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은 6.7%(2012)이며 스웨덴은 80.5%(2008)이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 모두가 함께 키운다”라는 공공보육의 철학만이 근본적인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