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
기자수첩/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
  • 윤종철
  • 승인 2014.03.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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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鍾哲 기자 / sijung1988@naver.com

[시정일보]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 전체 사망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28.1%나 된다고 한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가운데 1위로 ‘자살 공화국'이라고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우리의 안타까운 자화상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 중 25%가 경제적 이유로 생활고에 지쳐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고 있으며 그 숫자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 다른 문제도 아닌 ‘경제적 문제’로 인한 자살 사망률이 이리 급증한 것일까? 그 결정적인 이유는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예외없이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부양 의무자 기준 조항’ 때문일 것이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여야 하고,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받지 못하는 경우 등 2개의 조건을 동시에 그리고 반드시 충족해야만 지원대상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세 모녀 자살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들 모녀에게는 실질적 부양능력이 있는 가장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다. 결국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의 ‘부양의무자 기준 조항’이 그들을 비극으로 내몬 것이다.

이런 불합리는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 아들과 연락하지 못하고 사는 홀몸어르신이 서류에 장성한 아들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을 받지 못해 목숨을 끊는 사연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질적 부양능력이 없는 부양 의무자에게 부양의무를 다하라는 것은 국가의 무책임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다른 문제도 아니고 ‘경제적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 같은 비극은 국가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성동구가 실시하고 있는 ‘복지사각지대 지원 특별조사 활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동구는 자체적으로 아파트 관리비 장기 체납자나 일시적 실업급여 수급자ㆍ구직 등록자 등의 ‘잠재적 위기 가정’까지도 전수조사를 벌이며 예방적 차원에서 취약계층을 발굴해 나가고 있다.

특히 소득재산기준과 부양의무자기준 등 기초생활보장제도 지원기준을 초과할지라도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적극 보호한다는 성동구의 현행법 완화 방침은 눈여겨볼 만하다.

예산 등의 문제로 ‘부양의무자기준’ 조항을 삭제하기 어렵다면 이처럼 완화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며 여기에 새로운 법안도 만들어 미비점을 보완하면 이런 비극은 얼마든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의 자립을 도와야 한다. 더 이상 ‘예산이 없다’ 는 말은 이유가 될 수 없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