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한쪽 말만 듣고 될 일이 아니다
규제개혁, 한쪽 말만 듣고 될 일이 아니다
  • 이승열
  • 승인 2014.04.1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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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지난해 2월 동작구청은 노량진에서 성업 중이던 컵밥 노점 4곳에 대해 강제 철거를 단행했던 일이 있다. 일명 ‘컵밥사태’로 불리는 이 사건은 당시 매출이 줄어든 인근 상인들이 노점을 철거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동작구청은 지금도 노량진 일대 노점상을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긴 숨바꼭질이다.

지난달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는 한 푸드트럭 제작업체 사장이 일반트럭을 푸드트럭으로 개조하는 것이 불법이라며 이에 대한 규제를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푸드트럭 튜닝을 허용하는 법률 개정안이 곧 통과돼 푸드트럭도 합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동안 음지에서 일하던 푸드트럭 사장들이 그리 환영하는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푸드트럭을 전국 350여 유원지에서만 영업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드트럭 사장들은, 휴일 유원지가 그 많은 푸드트럭들을 다 소화할 수 있을지도 비관적이며, 평일에는 벌금을 감수하고서라도 시내에서 영업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푸드트럭들이 시가지로 몰리면 인근 상인들은 또다시 민원을 제기할 것이고, 제2, 제3의 컵밥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불법의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는 노점상들과 푸드트럭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논란의 원인은, 규제의 내용을 살피고 당사자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 없이 단순히 규제를 없애자는 목적으로 한 쪽의 의견만을 들었기 때문이다. 와중에 영업지역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규제를 만든 것에 다름 아니다.

모든 규제는 이유와 양면성을 갖고 있다. 대통령은 규제를 “우리가 쳐부술 원수”며 “암덩어리”라고 규정했지만, 사실 진짜 나쁜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 규제를 만든 취지와 목적이 분명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푸드트럭 문제에 관여된 트럭개조업체, 음식점 상인, 노점상, 지자체들처럼, 규제에는 많은 이해당사자들이 얽혀 있다.

대통령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규제를 단순히 ‘혁파’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와 관련 있는 이해 당사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문제를 풀어내는 일일 것이다. 그것이 정치(政治)이며 대통령과 정부의 역할이다. 현대 사회에 한 쪽 말만 듣고 해결되는, 그런 단순한 문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