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방선거 ‘세월호 눈치보기’
기자수첩/지방선거 ‘세월호 눈치보기’
  • 윤종철
  • 승인 2014.05.0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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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전 국민을 충격과 비통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로 잠정 연기됐던 6.4지방선거 경선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온 국민이 밤을 지세우면서 생존자가 나오길 기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행동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 덕(?)에 출마예정자들의 행보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유권자에게 홍보 문자를 돌리면서 여객선 침몰 사건을 선거에 이용하는 행태는 양반이고 국민 모두가 뉴스에 귀 기울이면서 안타까워 할 때 ‘위하여!’라는 건배사를 외치는 이들의 신중하지 못한 말과 행동이 여론에 뭇매를 맞자 여야는 모두 크게 위축된 모양세다.

어찌 보면 이들이 여론의 눈치를 보며 자숙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무능함을 통감하며 반성하고 사죄해야 하는 것은 비단 중앙정부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칫 잘못하다간 성난 민심을 자극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일이다.

이에 따라 선거 풍경은 지난 선거 때와는 180도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하철역에서 공약을 담은 명함을 돌리지도, SNS를 활용한 선거운동도 찾아보기 힘들다. 후보자들은 언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지 서로 눈치를 보며 속앓이를 하고 있는 반면 일부 유권자들은 우리나라 선거 역사상 돈 안 드는 전무후무한 선거가 될 것이라며 오히려 반기는 눈치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올바른 현상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히 생각해 볼 일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지난 민선 5기, 주민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무능한 이들을 반드시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능력도 되지 않는 사람이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다면 누가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이 실효성이 있는지, 말과 행동은 신뢰할 수 있는지 다양한 면면에 눈을 부릅떠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위축된 선거운동 분위기 속에서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과연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안전불감증으로 매년 되풀이되는 재난 참사와 마찬가지로 선거 때마다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자리에 앉히는 정치 불감증이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번만큼은 그런 우를 범하지 않도록 유권자가 나서서 후보자를 검증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민선 6기 지방자치는 기대해 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