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벼락치기 선거' 앞에서
기자수첩/ '벼락치기 선거' 앞에서
  • 문명혜
  • 승인 2014.05.09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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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문명혜 기자] 시정신문이 금년 5월로 창간 26주년을 맞았다.

화려함을 자랑하며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 5월이지만 해마다 창간달이 되면 기자에겐 연례행사처럼 어김없이 찾아오는 고민이 생긴다.

지방자치 발전을 선도하는 행정전문지를 지향하는 본지 소속기자로서 우리의 지방자치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시민의 호감도는 어떤지 등 창간 기획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들이 밀려오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4년마다 돌아오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고민과 아쉬움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 작년말부터 기초선거 정당공천 여부를 놓고 정치세력간에 수개월간 밀고 당기기를 지속하며 소모전을 펼치는 과정을 보면서 과연 우리 주류 정치권이 지방자치 발전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느낌을 떨쳐 버릴수 없는 게 그 이유다.

우리의 헌법을 살펴보면 기초선거 참여가 정당의 의무임을 충분히 알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제왕적’이라고 표현될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 선거에서 유력 후보들이 지키지도 못할 기초공천 폐지약속을 경쟁적으로 한 것은 국민여론, 바꿔 말해서 표를 의식한 정략 이외에 다른 어떤 해석도 무의미한 결론을 맺었다.

적정인구를 초과하면서 직접 민주주의를 할 수 없게 된 인류가 고안해 낸 대의민주주의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정당들이 지방자치를 볼모로 오락가락했던 모습은 정치불신을 더욱 키워 정치를 걱정하는 모든 국민들의 마음에 짙은 상흔을 남겼다.

정치권이 국민의 이익과 별 연관이 없는 소모전을 펼치던 끝에 ‘국난’에 버금가는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사고처리는 아직도 요원한데, 이제 지방선거는 채 한달도 남지 않게 됐다.

이번 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이 후보를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벼락치기 선거로 치러야하는 이상한 선거가 될 것이란 예측이 유력하다.

며칠전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동창생과의 대화도중 직업적 관심탓에 거주하는 곳의 지방선거 분위기를 물었더니 “1번이나 2번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시니컬한 답변에 아직도 우리의 지방자치는 갈길이 멀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지방자치 재개 23년.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기자를 포함한 모든 관계자들의 분발이 요구되는 특별한 5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