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분노와 근심의 시간을 되돌려 줘야 한다
<기자수첩>분노와 근심의 시간을 되돌려 줘야 한다
  • 이승열
  • 승인 2014.06.05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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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昇烈 기자

 

[시정일보]기자는 운전을 점잖게 하는 편이다. 스스로 그리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조수석에 탔던 주변 사람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가능하면 끼어드는 차나 보행자에게 양보하고, 경적도 잘 울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가끔은 운전대를 잡고 너무나 분노하고 있는 자신에 대해 놀라기도 한다. 방향등도 없이 갑자기 끼어들거나 너무나 태연하게 신호를 위반하거나 나들목에서 긴 줄을 서 있는데 새치기를 하는 운전자들을 보면 육두문자가 나도 몰래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깨달은 점 중 하나는 그 분노의 감정이 적지 않은 시간을 소비한다는 사실이다. 때로 라디오에서 너무나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는데 다른 운전자를 실컷 욕하다가 감정을 추스르고 보니 노래가 끝나버린 것을 알고 아쉬웠던 경험을 독자들도 공감하시리라 생각된다.

분노나 걱정 등 평탄하지 않은 부정적 감정에 우리가 허비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은 하루 평균 10회 웃고, 한 번 웃을 때 8.6초 웃는다고 한다. 즉 하루 종일 웃는 시간이 90초 정도 된다는 결론이다. 운전대를 잡고 분노하는 시간이 4~5분의 노래 한곡 길이라고 봤을 때 그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반면 걱정하고 근심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6분이나 됐다. 웃는 시간 90초에 비해 걱정하는 데 쓰는 3시간은 너무나 긴 시간이다. 보통 7시간 자고 9시간 일한다고 보면 나머지 8시간 중 3시간은 근심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는 우리 국민들에게 분노와 걱정의 시간을 대폭 늘려줬다. 사고 후 상당 기간 동안 모두 일을 손에 잡지 못했으며, 선장과 해운사, 정부와 정치인들에 대해 분노를 터뜨렸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눈물바다가 됐고 경제는 활력을 잃었다. 분노와 근심의 감정은 우리의 시간을 아주 많이 잡아먹어 버렸다.

6.4 지방선거가 끝났다. 정치권과 정부가 세월호와 선거의 뒷수습에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 왔다. 한 가지는 반드시 명심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뺏어 갔던 그 많은 시간들을 되돌려 줘야 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