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 하도록 하는’ 인사여야
‘일 잘 하도록 하는’ 인사여야
  • 시정일보
  • 승인 2005.03.17 17:04
  • 댓글 0

방용식 기자



인사 철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는 인사를 놓고 어떤 사람이 요직에 앉고, 누가 ‘물’을 먹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그러나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조직의 발전을 추동하는 게 기본인 인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대통령 중 한 사람도 ‘인사가 만사’라고 설파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도 인사에 실패, 인사가 ‘망사(亡事)’라는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인사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다.
며칠 전 단행된 서울의 특정 자치구 인사와 관련, 말이 많다. 이 자치구의 한 사람은 무차별적인 인사로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얘기했다. 그는 2년6개월인 전보제한기간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현행 전보제한기간인 2년6개월로는 업무를 파악하자마자 떠나게 된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전보대상이 되지 않는 2년6개월 이하 근무자도 ‘나중에 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자리를 뜰 준비를 한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이 자치구 예산관련 팀의 경우 4명 중 3명이 자리를 이동한다. 하지만 다른 부서에서 오는 사람이 예산관련 업무를 거의 모르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이 자치구는 재정자립도가 40%대에 불과하다. 나머지 60%는 서울시로부터 교부금을 받거나 시책사업을 해 충당해야 한다. 예산관련 공무원이 더 없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이런 문제를 우려, 예산업무를 아는 직원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지만 공무원노조에서 전보제한기간을 이유로 들어 반대했다고 한다. 특혜를 우려한 공무원노조의 판단 때문이다. 그렇지만 예산관련 부서는 특혜가 아닌 ‘격무부서’이다. 더욱이 교부금으로 사업을 벌이는 이 자치구에서는 규정에 얽매이지 않는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15일 행정자치부는 민간기업의 ‘팀’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수립 후 처음 있는 이 일은 앞으로 연공서열 중심의 ‘경직된’공직사회에 새 바람을 불어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을 잘하고 더 나은 성과를 낳기 위한 실험이다.
이 자치구뿐 아니라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받아들일 만한 일이다. 앞서 말했듯이 인사가 ‘일을 잘하기 위해’서라면 규정에만 얽매이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 일을 잘하면 결국 그 혜택이 지역주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더 나은 인사정책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