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우표 한 장
특별기고/우표 한 장
  • 시정일보
  • 승인 2014.07.1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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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헌 전 국방부 기획국장

[시정일보]1960년대 라디오 연속극으로 한운사의 ‘현해탄은 알고 있다’가 유명했다. 여기에 기병부대에서 병사들을 다루면서 ‘너희들은 1전짜리지만 말은 1000원이다’는 말이 나온다. 징집통보서에 붙이는 우표 값은 1전이면 충분한데 말 한 필의 가격은 1000원이니 얼마나 귀한 것이냐를 강조한 것이다. (당시 지사 월급이 100원이었다.) 이게 일본군에서 병사를 보는 눈이었다. 구타는 병사를 단련시키는 효율적 방법이었다. ‘병사와 쇠는 두드릴수록 강해진다’가 모토였다.

일본군에서 장교는 사무라이 계층에서 나왔고 병사는 백성들이 채웠다. 사무라이는 칼을 갈고 잘 드는가를 보기 위해 눈에 보이는 백성 아무나 목을 베었다. 이렇듯 오랫동안 개 돼지 대접을 받았던 일본인이 인권을 알 리가 없다. 전쟁터에 위안부(성노예) 등은 으레 따라다니는 것이니 일본만이 비난받을 것은 아니라고 항변하는 일본인들의 윤리 도덕 수준은 사람이 아니라 개·돼지다. 우리가 일본인을 이해하려면 이런 역사적 맥락을 알아야 한다.

우리 군도 창군 초기에는 이런 일본군대의 습성을 따랐다. 자유당 시대, 그러니 1950년대에는 병사들은 항상 배고픔에 시달렸다. 구타는 일상이었다. 5.16후 군 미필자를 대대적으로 단속하였는데 웬만큼 산다고 하는 집에는 한둘 숨겨놓고 있는 아들이 있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군의 병사들에 대해서는 부모들은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사고는 개별적이다.

이번 전방의 사고와 관련하여 모병제 이야기가 나온다. 징병제는 근대국가에 있어 보통교육과 함께 국민을 만드는, 즉 nation building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이 문제는 이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이지 비용이나 효율로만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남북분단 상황 하에서 징병제는 불가피하다. 북한은 핵. 화생무기와 함께 특수부대에 의존하는 비대칭 전력을 중점적으로 키워왔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병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병력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자원은 일부의 면탈이 아니더라도 거의 한계에 와 있다. 이를 메꾸기 위해서는 앞으로는 여군을 더 활용해야 한다. 부사관도 더 활용해야 한다. 이들이 말하자면 모병제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복지와 국방비가 상대되는 상황에서 정치인이 무상급식을 줄이더라도 필수적 국방비는 조달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는 것을 지금까지 들은 적이 없다. 유감이지만,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방비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정부만 되어도 다행이다(?).

이것이 현실이고 모든 기획은 정확히 현실에 입각해야 한다.
통일이 되어 남북군사통합이 이루어지면 군구조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합동군제도 다시 검토하고 육해공 사관학교도 통합할 수도 있다. 현재의 병력구조는 2차대전 형의 ‘步兵이 王이다’는 전술에 의해 구성된 것이다. 보병은 많은 훈련이 필요하지 않다. 잘 쏘고, 잘 뛰고, 잘 숨는 병사를 길러내는 데는 2개월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걸프전에서 과시된 수준과 형태의 21세기의 주병인 전차, 장갑차, 자주포, 레이다를 운영하는 것은 이들로 될 수 없다. 가급적 부사관 이상 간부로 충원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말하자면 모병제다.

사고가 많으니 인센티브를 살리는 모병제를 도입하자는 것은 지극히 표피적인 발상이다.
(예 육군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