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닥치고 ‘소통’
기자수첩/닥치고 ‘소통’
  • 윤종철
  • 승인 2014.08.14 13:49
  • 댓글 0

 

[시정일보]민선6기도 어느덧 두 달여가 지나고 있다. 초선인 구청장도 재선에 성공한 구청장도 모두 그간 자신이 공약한 사업들과 현안 문제들을 검토하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듯 싶다.

그 중에서도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구청장들의 경쟁(?)적인 움직임들은 단연 돋보이고 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이동 목민관’ 제도를,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구청장과 대화의 날’을, 김수영 양천구청장의 ‘포스트잇 소통’ 등 그 이름도 제각각이지만 나름 구민과의 소통을 위한다는 목적은 같다.

이들은 모두 어떤 정책이든 구민들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를 위해 구민들을 직접 만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겠다는 공통된 생각이다. 물론 모든 구민들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 욕구 하나하나를 수용하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 오히려 할 수 있는 일보다 해줄 수 없는 일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벌써부터 구청장들의 이 같은 소통 노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일선에선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민선5기에도 여전히 이 같은 노력은 있어왔지만 ‘작심삼일’이었다는 설명이다.

한 공무원은 “주민과의 소통 노력을 가장 오래 했던 구도 내가 알기로는 2년도 채 넘기지 못했다”며 “대부분의 민원이 재개발과 관련된 것으로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통행에서 오는 갈등은 면박이나 폭언 등으로 이어져 결국 흐지부지 사라졌다”며 무척 회의적이었다.

물론 이들의 말처럼 불만과 요구가 소통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이 같은 소통을 계속해서 이어가야 하는 이유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소통은 아니며 이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구민들은 많은 위안과 힘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당국자들이 치킨과 라면을 먹었다는 사실은 그리 비판 받을 만한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문제는 사태를 책임지고 수습해야 될 사람들이 유가족들의 울분과 고통을 전혀 공감하거나 소통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반면 이들의 슬픔과 상처를 공감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어땠나? “그래봤자”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부터 갖은 루머들이 있었지만 잠시나마 유가족들과 함께했던 그 결과는 180도 달랐다. 단언컨대 이들 중 상당수는 많은 위로와 힘을 얻었을 것이다.

최근 각종 사건, 사고와 심각해져가는 경제적 위기는 국민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위로가 필요할 때다.

부디 이번 민선6기에서는 일선 구청장들부터라도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잠시라도 주민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이어나가길 바란다. 그것만이 주민에게 늘 힘이 되는 구청장이 되는 지름길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