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연금을 ‘줬다 뺏는’ 박근혜 정부
시정칼럼/연금을 ‘줬다 뺏는’ 박근혜 정부
  • 시정일보
  • 승인 2014.08.21 12:53
  • 댓글 0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8월20일,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이면서 65세 이상 되는 노인 40여 만명이 그간 받아오던 수급비(생계급여)에서 20만원을 삭감했다. 이유는 지난 7월25일에 지급한 기초연금 20만원을 소득으로 보기 때문이다. 결국 수급 노인은 기초연금을 받았다 뺏긴 꼴이 되고, 정부는 ‘줬다 뺏는 일’을 박근혜 정부가 하는 격이 되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돌이켜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드리겠다”, 2013년 9월에는 “당장은 사정이 여의치 못해 우선 소득 70% 노인에게 드리고, 임기 말까지는 공약을 지키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모든 노인'과 ‘70% 노인'을 말했을 때 “수급 노인은 빼고”라고 하지 않았다. 일국의 대통령이 가장 가난한 노인을 상대로 두 번씩이나 거짓말을 한 샘이다.

그 뿐인가. 보건복지부는 7.30 재보선 보름을 앞둔 7월15일에 ‘기초연금 대상자 중 92%가 전액 수급’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진실은 전액 수급자는 43%로 복지부 발표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고, 복지부는 수급 노인 40만 명도 전액수급자 수에 포함시켰다. 한 달 뒤에 빼내갈 지분까지 전액 수급자 통계로 잡는 파렴치의 막장이었다. 결과적으로 7.30 재보선에서 노인표를 특정 정당에 몰아준 결과를 낳았다. 국민을 기만하고 정치에 개입한 복지부는 지탄을 받아야 마땅하다.

수급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줬다 뺏는 정부의 논리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수급비를 받는 노인이 기초연금까지 받으면 중복급여가 되기에 생계급여에서 삭감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또 하나는 수급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온전히 지급하면 차상위 계층 등 다른 노인과 소득역전이 발생하여 불평등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소득 20~70% 노인에게는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최하위 10% 수급 노인을 배제하는 것이 불평등이지,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것이 어찌 불평등인가? 몽매한 국민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절대 빈곤계층인 수급 노인은 대부분 월 평균 48만원을 받는다. 대부분 옥탑방이나 반지하방에 살면서 월세로 20만원을 지출하고 나면 겨우 28만원이 남는다. 여기에서 전기, 수도, 전화료와 연료비를 지출하고 얼마를 갖고 한 달을 살아갈까? 그 현실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수급 노인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받고 있다면, 기초연금을 소득으로 인정하고 수급비 삭감하는 것에 토를 달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수급비는 가난해서 지급하는 것이고, 기초연금은 노인이어서 지급하는 것이다. 엄연히 카테고리가 다른 것을 갖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정치경제학자 존 롤스는 “사회정의의 원칙은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라고”했다. 가장 가난한 노인에게 기초연금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은 기초연금 도입의 취지를 훼손하고, 사회정의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그리고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취약계층을 최우선하는 선별복지에도 맞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보편복지에도 맞지 않는다.

이같이 가장 가난한 노인들이 사실상 기초연금 혜택에서 배제되는 일을 막으려면, 기초연금 등 정부가 특수한 정책적 목적으로 지급하는 각종 공적 이전소득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소득인정액 산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기초연금은 전반적으로 노후준비가 부족한 현재의 노년층을 대상으로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연금혜택을 제공해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지만, 정작 최빈곤층인 기초생활보장 노인의 실제 급여가 늘어나지는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충성의 원칙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다 보면 기초연금법 등 공적 지원제도 자체의 도입취지가 도리어 훼손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기초연금 등은 보충성 원칙의 예외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국가유공자 등의 생활조정수당, 참전명예수당(최저생계비의 20%까지), 장애수당, 장애인연금, 아동양육비, 양육보조금, 청소년 한 부모 자립지원촉진수당, 소년소녀가장 부가급여, 자동차손해보상보장법에 따른 지원금 등 국가유공자와 장애인, 아동 등에 대해서는 현행 제도에서도 예외를 인정해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하고 있지 않는가.

생각을 달리하면 길이 보일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과감하게 노인복지를 정책 순위의 상위에 올려놓아 보자. 노인에 대한 투자는 절대 낭비가 아니다. 가령 정부가 노인복지에 많은 예산을 책정했다고 해서 잘못했다고 나무랄 사람은 없다.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닥칠 노후에 대한 가장 확실한 보험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정책입안자들이 하루 빨리 깨우쳐야 한다.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