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오늘의 난국, 사랑과 관심으로!
시정칼럼/오늘의 난국, 사랑과 관심으로!
  • 시정일보
  • 승인 2014.09.04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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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태 /논설위원

[시정일보]최근 우리 사회를 경악케 하는 엽기적인 범죄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수많은 이유를 얘기하면서도 대표적인 원인으로 인성교육의 부재를 손꼽고 있다.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한 인성교육은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우리 군 병사 10명 가운데 두세명이 우울증에 빠져 있고 병영 내 인격 모독이 자살 시도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다른 조사에서도 자살 시도 병사들은 선임병이나 간부에 의한 무시와 모욕을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군의 체질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위험 요소를 검증하고 솎아낸다 하더라도 곪은 상처를 완치하긴 힘들다. 심지어 국회 예산결산특위 소속 강동원 의원이 공개한 ‘관심병사 분류기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가 결손가정 출신이나 신체적 결함자, 경제적 빈곤자를 무조건 관심병사로 분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침해와 인격모독의 소지가 다분한 발상이다.

여기에서 우리 사회가 무의식적으로 얼마나 계층을 나누어 분류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증폭된 소득격차는 계층 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민정책의 확대로 우리도 다문화 사회로 진전됨에 따라 문화의 차이에 의한 갈등도 점증하고 있다. 향후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력의 부족이 심화되면 될수록 이민정책의 확대가 이루어져 다문화 사회로 인한 문제도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인격을 갖춘 인간을 양성하는 교육은 가정, 학교, 사회가 적절한 역할을 분담해 수행할 때 효과적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은 학교 교육의 파행을 낳았으며 어느 은퇴한 정치가의 표현처럼 ‘저녁이 없는 우리의 삶’은 가정교육을 앗아갔다. 이웃에 대한 무관심은 이웃 자녀의 사회교육을 마비시켰다.

본교에 재학하는 학생의 60% 이상이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들 중 30%는 극빈자로 기본적인 생활조차 영위하지 못할 정도이다. 게다가 부모의 이혼, 파산, 알콜중독, 가정폭력 등에 오랫동안 노출 된 대다수의 학생들은 이렇다 할 보호를 받지 못하고 위험하고 불안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

정서적 불안감과 경제적 궁핍에서 보살핌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올바른 가치관이나 사회의식을 정립하지 못하게 된다. 정서적 불안감과 안정의 결여는 감정을 다른 방향으로 폭발시키며 폭력, 절도, 강도 등의 청소년 범죄로 이어진다. 그리고 자해공갈단(보험사기), 물품판매사기, 대포통장제공, 협박, 원조교제 등의 범죄행위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위법행위를 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본인이 한 행동들이 엄청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뭐가 문제냐?”, “보호관찰로 빠질 거다.”, “돈 없는데 어쩌냐?” 등의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정, 학교, 사회라는 기관을 통해 순차적으로 사회성을 키우고 기본윤리의식을 갖춘 성인으로 성장해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가시덤불에 갇힌 채 가시에 찔리며 허덕거리고 있는데 어느 누구도 그 아이들을 꺼내주지 않고 그저 방관할 뿐이다.

이들이 일반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소외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불안함에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았다. 여러 학교를 전전하다가 본교에 온 학생들은 처음에는 모든 것에 거부감을 보이다가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그리고 대화에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자신의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물론 1~2번으로 절대 되지 않는다. 짧게는 3개월, 보통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입학할 때는 중증 우울증으로 자살시도도 수차례 했다가 졸업할 때는 대학에 진학할 정도의 의지를 갖는 성격으로 바뀌는 학생도 있다.

진정성 있는 관심과 사랑은 거부감을 친근감으로, 그리고 결국 소통으로 바꾼다. 결국은 사람과 문화의 문제다. 선임병과 후임병, 병사와 간부, 말단 이등병과 소대장 등 군의 구성원 모두가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가꾸지 못한다면 우리 군이 우울증과 폭력, 자살의 악순환에서 헤어나긴 쉽지 않은 일이고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성지 대안 중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