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대만의 청자접시 하나면 남대문 235개를 산다고?
시정칼럼/ 대만의 청자접시 하나면 남대문 235개를 산다고?
  • 시정일보
  • 승인 2014.09.1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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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논설위원

[시정일보]얼마 전 참으로 어이없는 소식을 들었다. 한 국회의원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우리나라의 목조문화재에 대한 화재보험가입현황을 조사하며 받은 문화재청 재산대장에 따르면 경복궁내 근정전의 평가액은 32억원, 우리의 국보1호인 남대문의 가치는 34억원으로 책정돼 있다고 한다. 한순간 실소 뒤에 따르는 허탈함과 일종의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기분은 나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었으리라.

2년 전 필자는 대만 방문 중에 대만국립박물관에 들린 적이 있다. 그곳에서 그들이 국보급이라고 하는 어른 손바닥 두개만한 네모진 청자접시하나를 보았다. 사실 처음엔 그 청자접시의 빛깔이 우리의 고려청자 빛깔에도 못 미친다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순간 안내자의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접시의 가격이 얼마인지 맞혀보라는 것이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이었다. 국보급이라고 하니 한 1~2억 이상은 가지 않을까 했다. 안내자의 말은 팔천이란다. 모두 그러면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뒤에 억이 하나 붙는단다. 그렇다. 그 접시 하나의 가치가 무려 8000억원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거래불가능 물건이다.

하기야 얼마 전 모 재벌이 보유하고 있다는 현대 팝아트의 거장으로 불리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이라는 만화 같은 그림 한 장의 가격이 200~300억원 이라는데 수 백 년을 내려온 청자접시가 그 정도 가치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현존하는 중국의 최고 작가라고 대우받는 류샤오동이라는 화가의 유화 한 점은 무려 105억원이란다. 단순하게 말해서 대만의 청자접시 하나는 우리가 국보1호라고 자랑스럽게 떠드는 남대문의 235배의 가치로 평가되고 있으며, 만화 같은 팝아트 그림 한 장이 600년 역사의 경복궁 그것도 임금님의 집무실이었던 근정전의 10배 가까운 평가를 받고 중국작가의 2004년도 유화작품 한 점의 3분의 1의 가치도 안 된다는 것이다.
요즈음 KBS-TV에서 방영하는 TV쇼 진품명품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물론 거기에 출연하는 감정위원들과의 개인적 교분이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한번은 그분들에게 우리나라의 고미술품이나 골동품 가격이 왜그리 터무니 없이 낮게 책정 되냐고 물어보았다. 그분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거기에 출품되는 고서화나 골동품 등은 단적으로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작품들이 허다하다고 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특성상 우리의 고서화나 문화재급 골동품의 감상에 대한 이해와 방송상의 재미를 위해 또 이런저런 부작용 방지를 위해 수치상의 가격을 매기는 것일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이 국민들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생각 한다. 따라서 우리국민들은 거기서 매겨지는 수치상의 가치에 집중하게 되고 속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민감하게 그 숫자를 액면그대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것이다. 때문에 역으로 우리 조상님들이 남기신 유물에 대한 가치에 오히려 흥미를 느끼지 못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 문화유산에 대한 평가가치가 외국에 비해 크게 평가절하 된 이 현상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결론적으로 민족적 자존심과 관계 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수 백 년의 세월을 이기고 후손에게 전해진 선조들의 역사적 문화유산의 이런 평가를 외국인들이 안다면 얼마나 하찮게 여길 것인가? 이러고도 과연 우리가 문화국민이고 문화국가인가 다시 한 번 곱씹어보고 앞으로라도 민족적 자존감을 회복할 무언가의 대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동대문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