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누구를 위한 ‘공원’인가
기자수첩/누구를 위한 ‘공원’인가
  • 윤종철
  • 승인 2014.10.0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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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요즘 중구가 상당히 시끄럽다. 올해 철거 예정이었던 서울역 고가 때문인데 서울시가 이곳을 시민 녹지공원으로 리모델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남대문시장 상인들과 중림동, 회현동 주민들은 지역 단절로 지역경제 침체는 물론 재산가치가 하락한다며 연일 성토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역 곳곳에 반대 현수막을 게첩하고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오는 12일에는 서울역 고가 주변에서 반대 집회도 불사할 예정이다.

이 계획이 주민들에게 처음 알려진 건 한 시의원이 계획을 전해 듣고 한달음에 달려가 기쁜(?) 소식이라며 주민들에게 전해주면서 부터라는 후문이다.

결론부터 말해 이번 상황을 지켜보면서 별반 특별해 보이지도 않는 사업에 왜 그렇게 시가 목을 매는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최근 각 구마다 구민들의 휴식공간을 위한 도심 속 녹지 공간 확보가 유행처럼 번졌다. 도시 곳곳에 공원이 만들어 졌고 옥상에는 하늘정원이, 자투리 땅에는 도시텃밭이라는 이름으로 농작물도 기르고 있다. 고개를 살짝만 돌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것이 녹지공간이다.

특히 이 지역 관할 구청인 중구 역시도 시설녹지, 일반녹지, 자투리 녹지 가 136개소나 있으며 그 면적 또한 10만1468㎡나 된다.

이처럼 도심 속 녹지 공간이 전혀 새로울 것 없다 보니 서울역 고가 공원화 계획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도 “아 그래” 정도다. 좋을 것도 싫을 것도 없다는 눈치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이 같은 반응이라면 이것처럼 맥 빠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입장료를 받을 것이 아니라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랜드마크 조성 또한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특별할 것 없는 공원의 랜드마크 조성을 위해 엄청난 세금을 쏟아 부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해 상판은 새로 갈아야 하며 특히 노숙자들과 자살자 방지를 위해 365일 24시간 관리 체계를 유지시켜야 한다.
결국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해 어쩌면 다음 선거 때는 오히려 ‘서울역 고가 공원 철거’가 공약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만약 이번 사업이 공약 때문이라면 주민들이 반대하는 공약은 철회해야 함이 마땅하다. 주민을 위해 공약을 만드는 것이지 공약에 주민들이 맞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시는 서울역 고가를 왜 철거 하지 않고 남겨야 하는지, 남기기로 했다면 왜 공원이 되어야 하는지 이유를 정확히 밝히고 주민들에게 동의를 얻는 작업을 우선해야 한다. ‘공공이익’은 주민들을 빼고 공무원들만 해서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