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지도까지 / 이병희 (신안문화원 지도읍 여성회장)
서울에서 지도까지 / 이병희 (신안문화원 지도읍 여성회장)
  • 시정일보
  • 승인 2014.10.0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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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노을도 밭에서 내 손을 기다리는 팥·콩과 씨름을 하다보니 이 가을도 저 산너머로 가버리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개미처럼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 귀촌 8년차, 중증 공주병에서 시골 할머니로 변함을 인정하지 않고 살고 있는 이병희입니다.

저는 밭 1천평에 양파, 마을, 콩, 팥, 녹두 등 열심히 가꾸어 풍년의 맛을 느끼고 있으며, 또한 태풍의 뜨거운 맛도 맛보고,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색깔에 감동하고, 바람과 오염되지 않은 이 산뜻한 공기를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내 가슴과 내 마음이 기뻐함을 느낍니다.

남편과 저는 익숙하게 살았던 환경을 떠나 이곳에 정착했습니다. 남편의 꿈은 과일나무와 낚시와 조용한 곳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직업상 마음 졸이며 가족을 위해 애쓴 남편을 위해 많은 고민과 갈등을 했고, 도시생활을 모두 버리고 남편 의견에 동의를 했습니다.

많은 지인과 가족들이 새로운 환경에 살겠다는 소리에 반대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제일 마음 아팠던 것은 아이들이 이곳을 다녀갈 때마다 눈가에 이슬이 맺혀 있는 것을 나는 보아야 했습니다. 아이들의 눈물 흘리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도 두렵고 ‘어떻게 이곳에서 살아갈까?’ 무서워 나도 속으로 울고 있었습니다.

나는 황망하게 보이는 이곳을 사람이 사는 이쁜 곳으로 변화시키기로 마음먹고 돌을 나르고 흙을 나르고 화단을 만들고 나무를 심고 꽃을 심고 또 심었습니다.

밤마다 손끝이 아파 손을 허공에 흔들며 잠을 설치곤 했습니다. 남편은 매알 과일나무와 씨름하면서 8년이란 세월을 보낸 결과 지금은 아름다운 꽃이 피고, 정원에는 내 마음과 내 수고를 먹고 자란 나무와 꽃이 웃고 있습니다. 또한 집 앞 호수같은 바다가 내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합니다. 바구니만 들고 마당 끝에 서면 과일나무의 과일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돕니다. 철따라 과일 나무를 심은 남편의 고생이 결실을 맺어 비어 있는 바구니를 가득 채울 수 있습니다.

이제 아들들과 손자들의 바구니에 사과, 배, 대추, 밤, 무화과, 포도, 감을 담고 신기해 하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아직도 내 살던 서울이 그립고 간절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열심히 일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곳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내 모습이 신통하고 자랑스럽습니다.
비록 얼굴은 검게 그을리고 손은 엉망이 되었지만 나에게 건강과 인생의 많은 것을 체험하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에 감사합니다. 우리부부는 새 삶을 선택했습니다. 도한 다시 오지 않을 오늘에 많은 것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저는 또한 이곳에 살면서 신안문화원의 지도읍 여성회장이 됐습니다. 처음 회장이 됐는데 여성회원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회원가입을 권하면 문화원 자체를 물으시는 분과 재미없다는 이유로 회원을 모집할 수가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올해 병어축제에 신안문화원 플래카드를 걸고 5일동안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문화원에서 그동안 발간한 책들을 후원해 주셔서 문화원 활동 상황을 설명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 결과 12명의 회원을 가입시키고, 일부분 수입금으로 우리는 신안을 이해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신안군 팸투어 여행’을 떠났습니다. 앞으로 신안을 알리기 위해 기회가 된다면 계속 우리 지역을 여행할 계획이며 신안문호원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