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선비정신이 사라졌다
<시정칼럼>선비정신이 사라졌다
  • 시정일보
  • 승인 2014.10.3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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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요새 ‘인문학’ 열풍이 일고 있다. 대학은 물론 지방자치 단체에서도 인문학 강좌 개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무엇보다 인문학은 ‘인간을 잘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진정한 인문학은 참된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통하여 자아를 회복하고 자신의 내면을 알아가고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런데 혹자는 물질을 중시해 그동안 소홀히 한 정신적인 측면을 되살리자는 의미에서 인문학의 필요성을 얘기하기도 하고, 폭넓은 ‘사유’를 위해 인문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전을 읽고 음악과 미술을 보고 듣는 것 모두 사람을 잘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며칠 전, 어린 학생을 가르쳤던 중국의 고전 소학(小學)을 읽었다. 최근에 발생된 일련의 사회문제들인 세월호 인재, 병사의 죽음, 정치권의 몰지각 등은 모두 타인과 인간사회 전체를 고려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실종된 것에 기인한 것이었다.

때마침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제대로 잘 살고 있는가. 스스로 자문해 보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바로 ‘선비정신’의 재발견이었다.

선비는 한국 사회에서 ‘어질고 지식이 있는 사람'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유교적 이념을 사회에 구현하는 인격체를 가리킨다. 한국말에서 선비는 ‘어질고 학식이 높은 사람'을 말한다. 선인들은 선비의 인격적 조건으로 생명에 대한 욕심도 초월할 만큼의 무소유의 덕을 요구했다.

공자(孔子)의 제자 지로가 스승에게 “어떻게 하면 선비라 할 수 있습니까? 물으니 ”선하고 권면하고 화평한 모습을 가져야 선비“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소학(小學)에 나오는 선비의 생애는 다음과 같다. 어린아이가 가정에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다가 10살이 되면 남자아이는 사랑(舍廊)에서 아버지와 자며 선생을 찾아가 배우고, 20살이 되면 관례를 하고 널리 배우며, 30살에는 아내를 맞아 살림을 하며, 40살에서는 벼슬에 나가고, 70살에는 벼슬을 사양하고 물러난다. 이런 생애는 누구나 비슷하지만 특히 선비에게는 학업과 벼슬이 중요하다.

그래서 선비는 타고난 신분이 아니라 학문과 수련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선비는 독서인이요, 학자인 것이다. 선비가 배우는 학문의 범위는 인간의 일상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일의 마땅한 도리를 확인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선비는 학문을 통해 지식의 양을 쌓는 것이 아니라 도리를 확인하고 실천하는 인격적 성취에 목표를 둔다.

한국사회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며 새삼스럽게 선비정신을 생각한다. 조금만 이웃을 사랑하고, 지혜롭고 현명하게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을까. 그래서 우리 정신의 부활을 통해 우리 민족의 더 당당한 발걸음에 힘이 넘쳤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오늘날의 선비는 전문 지식과 도덕적 양심을 가지고 실천하는 지성인으로서 사회적 공론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욕을 없애고 자신을 봉사할 수 있는 인간이다.

조선시대 선비가 살아가는 9가지 행동 지침을 한 번 음미해 보자. 다시 한 번 되뇌어 보니 옛말 하나도 그르지 않다는 경구에 새삼 머리가 숙여진다. '왜?' 라는 물음을 끝없이 던지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 보자.

▽볼 때에는 분명한가를 생각하고(밝은 것을 보려 하는 사람) ▽들을 때에는 확실한가를 생각하고(남의 말을 새겨듣는 사람) ▽낯빛은 온화한가를 생각하고(항상 온화한 표정을 짓는 사람) ▽태도는 공손한가를 생각하고(남을 존경하는 태도를 짓는 사람)

그리고 ▽말은 충실한가를 생각하고(조심스럽게 말하는 사람) ▽일은 신중한가를 생각하고(행동이 신중한 사람) ▽의심나면 물어볼 것을 생각하고(의문점을 풀려 애쓰는 사람) ▽분이 날 때는 재난을 생각하며(화나는 일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사람) ▽이득을 보면 의로운 것인가를 생각한다(정의롭게 이득을 얻는 사람).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