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창시장, 새롭거나 즐겁거나
기자수첩/신창시장, 새롭거나 즐겁거나
  • 李周映
  • 승인 2014.11.06 14:20
  • 댓글 0

[시정일보]서민들의 삶, 시대상과 경제상을 그대로 담고 있는 곳이 시장이다. 왕들은 민생을 살피기 위해 평상복 차림으로 시장을 찾는 미복잠행(微服潛行)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요즘도 다르지 않다. 선거철이면 후보자들은 시장에서 상인들을 만나 물건을 사고 떡볶이를 먹는 풍경을 연출하며 서민과 함께 하는 소통의 모습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최근 세련된 진열과 저가 마케팅, 편리함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SSM등에 밀려 서민들의 이야기가 모이는 곳, 삶의 추억을 간직한 시장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정부는 2002년 <재래시장 특별법>을 제정하며 전통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각종 지원 대책은 물론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인 ‘문전성시’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을 다양한 시도를 펼쳤다.

이런 가운데 얼마전 도봉구 창동 신창시장에서는 의미있는 시장혁신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신창시장은 서울시 신시장사업 선도시장으로 선정돼 지난 10월 신창시장사업단을 구성하고 마을문화센터 ‘으리으리 신창’을 개소하면서 시장 이용객과 브랜드 가치 상승을 위한 사업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
사업단은 우선 시장상인들의 니즈 파악을 위해 나섰다. 상인들 스스로가 문제를 찾고 대안을 제안할 수 있는 ‘액션프로젝트’를 운영하기로 하고 그에 앞서 시장의 모든 상인이 한 자리에 모인 ‘불금불판(불타는 금요일 불타는 수다판)’을 열어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와 함께 예전의 친근했던 시장의 모습을 되찾기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됐다. 지난 1일에는 신창시장 골목에 어린 상인들로 복작거리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상가 통로 앞에 어린이 100여명이 벼룩시장 장터를 열고 상인들과 함께 판매에 나선 것.

영업에 방해가 될 수도 있었지만 행사에 참여한 상인들 모두는 아이들의 판매를 도우면서 함께 공존하는 모습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날 저녁에는 시장 아케이드 천장부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누워서 영화감상을 진행하는 돗자리 영화제를 개최해 지역주민은 물론 시장 상인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오래된 것이라고 모두 남루한 것은 아니다. 오래된 것들은 그들만이 가진 전통과 추억으로 그 생명력을 유지한다.

1820년 처음 문을 연 오사카 구로몬 시장은 지금까지도 ‘오사카의 부엌’이란 이름으로 명성을 이어 가고 있다. 이는 상인들은 주민들의 시선에서 필요한 부분을 찾고 주민들은 지역의 명물을 지켜가겠다는 의지가 맞물렸기 때문일 것이다.

도봉구 신창시장이 현대의 필요부분들을 절묘하게 맞춰가면서 미래 시장의 모습을 새로이 만들어갈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