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생은 속도전이 아니다
기고/ 인생은 속도전이 아니다
  • 시정일보
  • 승인 2014.11.0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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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 운 의원<경기도의회>

[시정일보]주로 영화 속에 나오는 장면이지만, 현실에서도 일어나 우리들을 아연하게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사고나 사건의 현장에서 사람들이 도피를 하는 중에 거의 예외 없이 일어난다. 서로 살겠다고 밀치며 뛰다가 누군가 넘어지면 그 몸을 밟고 또 넘어져 결국에는 온통 아수라장이 되는 것이다.

때로는 ’사고’ 자체보다 그렇게 희생당한 사람들이 더 나오기도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지하철을 타다보면 사고와 테러를 당했을 때에 침착하게 안내를 받으며 피난하라는 영상을 접하곤 한다. 사람들은 이에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영상이 무의식에 딱지를 만들면 언젠가 있을지 모를 사고 앞에서 조금은 이성적으로 행동하게 하여 더 곤란한 피해를 줄이도록 돕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인생은 모두 행복을 향해 달린다. 문제는 이 달리기가 화재가 발생한 지하철역에서 도망 나오는 군중의 그것과 비슷해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능력이 다르다. 그렇지만 그 능력이 우리가 구하는 행복의 관건은 아니다. 인생의 터널 속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도 간혹 있겠지만, 대부분은 충분히 행복을 맛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이 충돌한다. 서로 앞을 가로 막는다. 남의 몸을 밟고서라도 내 행복을 찾겠다는 저돌적인 돌진 앞에서 결국에는 자기도 발목이 걸려 넘어지고 만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이 얽히고설켜 종국에는 행복으로 탈출하는 자보다 불행의 터널에 갇히는 자들이 속출하는 것이다. 탐욕의 불이 붙어버린 세상이라고 지레 절망할 필요는 없다. 또한 누구에게나 한 번 뿐인 인생을 절망으로 낭비해서도 안 될 일이다.

급할수록 잘 생각해야 한다. 과연 무조건 달리면 나 혼자 불행의 터널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까? 혹 이런 메시지가 들리지 않는가?

‘혼자 살려고 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거들어 같이 살도록 하라고.’ 그럼에도 세상에는 귀를 막고 여전히 자기의 직감대로 무작정 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누군가를 짓밟고 열심히 달리는 것이 자기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인생은 속도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방향이 중요하다.

인생의 길이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없지만 속도도 내 뜻대로 조절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그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은 내가 결정할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의 살아온 날을 돌아보며 '하룻밤 자고 깨어난 것처럼 빨리 지나갔다'고 이야기한다.

인생을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잘 살 수 있을까? 잘 먹고 건강하게 장수하며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성공적인 사업가로 이름이 높던 밥 버포드는 '하프타임'이라는 책으로 큰 유명세를 탔다.

그는 케이블 텔레비전 회사를 운영하던 성공적인 사업가였지만 지금은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며 사회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생의 전반전과 후반전이 전혀 다른 인생의 대반전을 가져왔던 것이다. 버포드가 이렇게 된 것은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이었다.

갑작스런 아들의 죽음을 통해서 성공지향적인 삶으로부터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그는 인생의 하프타임을 가져 볼 것을 권면하고 있다. 삶의 방향과 목적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는 하프타임을 갖는 것이다.
햇볕 좋은 길을 걷든지 아니면 베르디의 사계를 들으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봄도 좋을 듯싶다. 순식간에 흘러가는 인생을 보다 잘 보내려면 그런 여유라도 부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담이지만 의정활동을 하다보면 ‘정치도 봉사’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정치만 그렇겠는가마는 내가 몸담고 있는 길이라 더불어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을 늘 생각하고 바로 잡아보곤 한다. 그래서 정치인은 누구든 와서 싶게 부탁할 수 있는 편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에게 형제처럼, 친구처럼 대하고 아이들에게는 삼촌이고 어르신들에겐 아들이나 조카처럼 말이다.

아무래도 내가 시골동네에서 자라났기에 생긴 의식인 것 같다. 작은집 형제사촌들과 동네친구 형 누나들, 모두 친형제처럼 지내고 작은 아버지와 당숙을 비롯한 마을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자란 덕분일지도 모른다. 고향을 생각하며 지난날을 돌아보니 선친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

“독불장군은 안 된다. 더불어서 살아야 한다.” 이 말씀을 떠올리니 생전 당신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그러면서 인생은 결코 속도전이 아니며 더불어 살아야하는 방향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는 말씀을 마음깊이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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