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무원들의 한숨
<기자수첩>공무원들의 한숨
  • 문명혜
  • 승인 2014.11.2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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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요즘 공무원들의 표정이 어둡다.
서울시와 자치구 어디를 둘러봐도 활기 찬 공무원은 찾아볼 수 없다.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예산이 없어 다른 사업은 꿈도 못꿔 일하는 재미가 없던 차에 공무원 연금법 개정문제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무기력과 분노가 쌓인 탓이다.

삼삼오오 모인 자리가 만들어지면 자신들의 노후생활이 결정될 공무원연금법이 화제 1순위로, 한숨과 분노로 대화의 시작과 끝이 마무리된다.

“박봉 30년을 버틴 힘은 은퇴후 연금에 대한 기대였는데 이 기대를 무너뜨리면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한 공무원의 말은 100만 공무원의 심사를 대변한다.

공무원들이 화가 나는 건 당연히 받을 줄 알고 있던 연금이 법개정 후에 받을 수령액과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으로 그렇게되면 예전처럼 부정부패가 만연했던 시대로 회귀할 수 밖에 없다는 격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여타 직업군에 비해 공무원들의 연금액이 높은 이유는 급여의 14%(일반인 9%)가 적립되고 일반직장의 40%가 채 안되는 퇴직금, 최소 20년 이상(국민연금 10년)의 긴 가입기간 등 불리한 조건이 반영된 것이다.

공무원 연금법이 도입된 1960년에 비해 평균 수명이 30년이나 늘어나고 정부가 부족한 예산을 연금 적립금에서 이자도 없이 급하게 갖다 써 부실해진 공무원 연금의 책임을 공무원들에게만 떠넘기니 화가 나는 게 당연하다.

수십년 잠잠하다가 갑자기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된 공무원연금법 개정은 험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집권여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입법부는 우세한 여론을 등에 업은 권능있는 대표기관이고, 정부여당이라는 표현속의 정부구성원들이 바로 이해당사자일 정도로 100만 공무원들도 손꼽히는 파워 조직임이 분명한데 이 거대한 조직간의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실제로 벌어졌을 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일은 전례가 없는 만큼 속단하기는 쉽지 않다.

한가지 분명한 건 공무원 연금뿐만 아니라 국민연금까지 연금전반에 대한 포괄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개혁의 필요성에 비해 해결전망은 밝지 않은 편이다.

개혁의 주체가 정부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한편으론 개혁의 대상이기도 한 정부가 이렇게 큰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을 쉽게 푼적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