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연애와 결혼
특별기고/연애와 결혼
  • 시정일보
  • 승인 2014.11.2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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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희 진 주)시어터 웨딩프라하 대표이사

[시정일보]“결혼하는 편이 좋은가, 아니면 하지 않는 편이 좋은가를 묻는다면 나는 어느 편이나 후회할 것이라고 대답하겠다. 어쨌든 결혼을 하여라. 양처(良妻)를 얻으면 행복할 것이고, 악처(惡妻)를 얻으면 철학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인(哲人) 소크라테스의 말이다. 2000년도 더 지난 말이지만 오랜 시간과 시대적 배경을 초월하여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말로 전해져 내려왔다. 일찍이 나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결혼을 하든지, 하지 않든지 후회한다면 해보라는 긍정의 해석으로 접했다.

연애와 결혼, 단순히 단어만 다른 것이 아니다. 둘 다 두 사람간의 ‘사랑’을 바탕으로 시작한다는 점은 같지만, 결혼이후에는 더 이상 그 ‘두 사람’만이 아니다. 게다가 내가 알고 있던 ‘그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실내에 들어올 땐 자연스레 신발을 벗듯이 결혼을 하면 서로에게 ‘가면’을 벗는다. 본래 자신과 가까운 그대로의 모습을 상대에게 보여주게 된다. 그렇게 미처 보지 못한 상대의 다른 모습조차 사랑스럽게 보며 그 낯선 모습마저 포용할 수 있는 시간을 거친다.

두 사람과의 관계에만 집중했던 연애시절과는 달리, 이제는 가족 내에서 새로 생기는 역할, 이를테면 며느리, 사위 등까지 슬기롭게 해내야 한다. 혈연으로 맺어지진 않았지만 끈끈함을 요구하고 다소 어색하며 불편하지만 따뜻함을 추구하는 복잡 미묘한 관계가 추가되는 것이다.

고유의 성격과 취향, 각각의 생활습관, 낯선 가족문화 등 두 남녀가 시작하는 결혼은 같은 것보다는 다른 것이 많다. ‘결혼’ 이라는 의식이 서로 다른 그들을 바람직한 모습으로 단번에 정리해 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차이를 점점 이해하고 그들만 소통하는 방법이 생겨가며 서로 닮아가는 모습은 아름답다.

결혼 생활이라는 여정이 쉽지 않아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그 과정 자체가 주는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역시 후회스러울 것이다. 평탄치만은 않은 그 과정에서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단어를 꼽는다면 ‘희생’이다. 지금 내가 행복하다면 상대의 보이지 않는 희생에 감사하고, 내가 불행하다면 ‘그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해보면 어떨지.

사랑하는 이를 위한 희생이 그렇게 기분 나쁘지만은 않을 테니까. 때로는 달달하게 때로는 씁쓸하게, 그렇게 맞춰가는 출발점이 바로 결혼이 아닐까.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기도 하고 이혼해서 상처와 아픔을 남기기도 한다. 물론 불가피한 이유도 있다. 하지만 많은 부부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 이혼에 이르고 있다. 행복과 불행은 자기 마음에 달린 것이다.

월세 방에 살면서도 장래의 꿈을 위해 알콩달콩 재밌게 살고 있으면 행복한 것이다. 부족한 것 없이 살아도 매일 다투고 살면 불행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려면 많은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에 때때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섣불리 이혼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함께 즐거운 여행길에 올랐다가 중간에 그만 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문제를 겪다가 힘들다고 해서 결혼 서약을 파기하거나 살다가 중도에 포기하면 그게 바로 불행이다.

‘사람은 판단력 결여로 인해 결혼하고, 인내력 결여로 이혼하며, 기억력 결여로 재혼한다.’

프랑스의 극작가 아르망 사라클의 말이다. 요즘처럼 갈라서는 부부가 많아지고 재혼 건수도 증가하는 세태에 꼭 들어맞는 명언이다. 다시 곰곰이 되새기면 결혼상대를 고르기가 쉽지 않고, 결혼생활에 그만큼 고통이 따르며 이혼의 아픔을 쉽게 잊는다는 뜻으로 결혼에 관한 씁쓸한 이해다.

‘꼭 결혼을 해야겠다’는 남녀가 해마다 줄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결혼 유부족’이다. 마크 칼드릭이라는 미국의 가족요법가는 사람들이 흔히 결혼하는 잘못된 이유를 이렇게 정리했다.

먼저 몇 번의 만남 끝에 바로 결혼을 결정하는 순간적인 열정이다. 또 급하게 하는 자아도피적인 결혼, 외로움을 피하기 위한 결혼, 지위상승의 수단, 혼전 임신 등이다. 그는 어떤 변화를 찾거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다면 결혼은 그야말로 수단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결혼은 동기보다 결혼 후의 책임이 있는 측면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결혼 유부족들이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다. 하지만 성의 합법성 부여, 경제적 안정 추구, 자녀출산의 기회, 성인으로서의 신분획득이라는 바람직한 결혼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소중한 사회적인 가치다.

‘결혼의 성공은 적당한 짝을 찾기에 있기보다 적당한 짝이 되는 것’이라는 프랑스의 지성 앙드레 모로아의 말처럼 어쨌든 나는 결혼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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