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개똥쑥
독자기고/개똥쑥
  • 시정일보
  • 승인 2014.11.2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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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금 (신안문화원 압해읍 여성회장)

[시정일보]올 여름처럼 찌는 더위는 없을성싶다. 따가운 햇살 받으며 일주일에 두 번은 노부부가 살고 계시는 집 마당을 지나야 한다. 그 시간은 오전 11시쯤이다. 이 시간대면 더위가 한창 폭염을 쏟아내는 때이기에 들에서 고추따는 농민들은 집으로 들어와 쉬었다가 점심 먹고 오후 3시쯤 되면 들에 나가는 무척이나 더웠던 여름이었다.

나는 바우처 가사 간병 일을 들어가는 날이면 오전 8시쯤에 명수 씨네 돌봐주고 11시쯤이면 은하 씨를 돌보고 3시쯤이면 석진 씨네 이렇게 지체, 지적, 장애를 가진 세 사람에게 바우처 일을 하게 된다.

맨 처음 바우처 일을 하게 되면서 명수 씨네는 예전에 봉사하러 다녔기에 집을 알 수 있어 바로 찾아 가 명수 씨에게 내가 이 달부터 바우처 일을 맡게 되었다고 얘기하고서 집안을 둘러보니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를 정도로 엉망진창이다. 냉장고, 싱크대 정리하고 이부자리 빨아 널고 우선 급한 곳만 대충 치웠다.

정해진 시간이 한 사람 도우는데 3시간씩이라 나머진 다음으로 미루고 은하 씨 댁을 명수 씨에게 물으니, 자기 제수라며 그 집으로 가려면 길 건너 바로 앞 대문이 열려 있는 집으로 들어가 그 집 마당을 지나서 가면 바로 옆집이 은하 씨네 집이라고 가르쳐 준다. 그래서 대문이 열려있는 상태라 무조건 그 집 마당을 지나 은하 씨 집을 찾아가 바우처 일을 하자니 집안 꼴이 말이 아니다. 아무튼 하는 데까지 해 봐야지 마음먹었다.

그 다음부터는 은하 씨 집에 가게 되면 이곳으로만 가는 줄 알고 갈 때마다 그 집 마당을 지나다녔다. 그런데 그 집엔 노부부가 살고 계셨다. 마당가에는 당근 씨앗을 뿌려 놓았는지 당근잎같은 식물들이 많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하루는 지나다가 그 집 어르신이 계시 길래 마당가에 있는 이것이 무엇인데 이렇게 많이 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 어르신 말씀이 딸이 암에 걸려 수술을 받고 있는데 이것이 암에 좋다고 딸이 씨앗을 구해다 주어서 뿌려 놓았다는 것이다.

“아~ 그래요! 그러면 조그마한 것이 한 그루만 얻을 수 없을까요?” 했더니 그 어르신 말씀이 “나를 생각해 주는디 그러제, 그러제” 하시면서 여러 개를 뽑아 비닐봉지에 담아 주신 것이다.

“내가 뭘 생각해 드린 게 있다고 그러세요?” 하고나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앞전에 은하 씨네 바우처 일하러 가면서 김치를 가지고 지나다가 조금 드렸더니 맛있게 먹었다고 하시고 병원에 가신다고 하시길래 한번 모셔다 드렸더니 고맙다고 하시던 그 말씀을 하신 것 같았다. “어르신! 그러면 이것이 혹시 개똥쑥이 아닌가요?” 하고 물으니까 “개똥쑥인가 뭔가 나도 잘 모르요” 하시는 것이다.

그 어르신께서 많이 뽑아주어 고맙다고 신사하고 오면서 친구 경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개똥쑥이 요즘 좋다고들 한다는데 구하기가 힘들다네. 약재상에 가서 물어보니 꽤 비싸더라고, 옛날에는 야생으로 산이나 들에 많이 있었는데 이 근래에는 보기가 힘들다네” 하는 얘기를 들었던 생각이 났다. 그래서 경애 씨에게 전화 하니 여성회관에 있다는 것이다. 집에 오는 길에 여성회관에 들렸다. 경애 씨를 만나서 대천리에서 이것을 얻어 왔는데 하고 보이면서 이것이 그 개똥쑥이 아니냐고 물으니까 “맞아! 맞아! 이것이 그것이야, 개똥쑥!” 하는 것이다.

개똥쑥이 맞긴 맞는 모양이구나 하고 서너 그루 경애 씨더러 심어보라고 주고 집에 가지고 와서 집 앞 공터에 심어 놓았다. 그 뜨거운 땡볕 더위에도 물 몇 번 뿌려주었더니 잘 살았다. 이제는 무성히 자라서 꽃이 맺어 있다. 종자 번식을 위해 한 그루 남기고 베어서 그늘에 말리고 있다. 이제는 개똥쑥 활용 방법을 자세히 알아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