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일명 ‘김영란 법’ 원안대로 제정해야
<기자수첩>일명 ‘김영란 법’ 원안대로 제정해야
  • 정칠석
  • 승인 2014.12.0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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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정치권이 일명 ‘김영란 법’으로 더 널리 알려진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 처리를 빈껍데기로 전락할 위기에 직면했다. 원안은 고사하고 원안을 변질시킨 정부수정안보다 더 후퇴한 누더기 김영란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 우리를 아연케 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새누리당에 보고한 쟁점 검토 방향은 2012년 8월 22일 입법예고 원안은 물론 지난해 8월 5일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에서도 멀리 후퇴한 내용으로 부정청탁금지법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다.

부정청탁의 개념에서 공정하고 청렴하게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부분은 삭제했을 뿐만 아니라 부정청탁의 예외 사유도 정부수정안의 4개에서 7개로 늘렸다. 또한 부정청탁에 대한 처벌도 첫 청탁은 처벌에서 제외하고 동일한 부정청탁을 반복했을 때에만 과태료를 물린다고 돼 있다.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의 신고 여부도 의무를 임의로 바꿨으며 친족 간 금품수수를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심지어 직무와 관련 없는 금품 수수는 허용하는 방안을 제2안으로 내놓았다. 과연 이러한 누더기 빈껍데기 법으로 부정부패를 제대로 막을 수 있을지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무엇보다 부정부패를 막아야 할 권익위가 이러한 안을 내놓았다는데 대해 정말 부정부패를 뿌리 뽑을 의지는 있는지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김영란 법 원안은 공무원, 공공기관 종사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 향응을 제공받으면 대가성이나 직무 연관성이 있든 없든 간에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무원 외에 공기업·지방공사·공단·정부출자기관 직원이나 그 가족도 1회 100만원 연 5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토록 하고 있다.

작금의 권익위와 여당의 움직임은 지난 2011년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시한 입법 취지를 크게 퇴색시키는 것이어서 심히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

서울시는 단돈 1000원이라도 받을 경우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불문하고 징계하고 금품·향응 액수가 100만원을 넘으면 파면·해임하는 이른바 박원순법을 만들어 지난 8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를 최근 서울시 산하 18개 투자·출연기관으로 확대 적용키로 하고 직원들이 입찰·채용 비리 등과 관련해 금품을 받으면 액수와 상관없이 중징계하고 받은 돈의 최대 5배까지 징계 부과금을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박원순 법은 김영란 법보다 더 엄격하다. 청렴혁신 작업을 강하게 밀어붙여 시민들로부터 서울시는 박수를 받고 있다. 국회는 강력한 입법의지를 갖고 즉각 김영란 법 원안대로 신속하게 제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