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쌓아 놓지 않게 하소서
걱정을 쌓아 놓지 않게 하소서
  • 시정일보
  • 승인 2014.12.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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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연말이 되면 누구나 마음이 바빠지고 들뜨게 마련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을 되새기며 또 다른 한 해를 준비하게 된다. 연일 신문과 방송에서는 우리 사회의 불경기를 예고하고 있지만 세모 준비로 거리마다 인파로 가득하다.

지난해 못 다한 일을 다 하려는 조급한 마음에서 일까? 자동차의 물결도 도로에 넘실거린다. 터미널에도 인파가 북적이고 선물가게도 사람들이 늘어난다. 한해를 보내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함인지 식당가와 노래방에도 인파가 넘쳐난다.

또한 함박눈이라도 펑펑 내리면 연인이나 가족끼리 삼삼오오 팔짱을 끼고 거리를 누비는 모습이 참으로 정겹다. 산타 복장을 하고 흔드는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불우한 이웃의 마음을 녹여주고 있는 한해의 끝자락이다.

연말이 되면 사회전반의 분위기가 들뜨기 마련이다. 특히 유달리 대형사건 사고가 많아서 사회가 떠들썩했던 한 해가 지나갈 때면 송구영신의 의미가 더 더욱 새로워진다.

송구영신을 잘하려면 무엇보다도 다가오는 새해에는 마음을 챙기고 주변을 돌아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마음으로 각자의 소원을 가슴에 새기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새해는 모든 가정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으로 밝은 빛이 함께해야 한다.

우리 주위에는 입에 풀칠할 것도 없는 불우한 이웃들이 많다. 그들은 소년소녀가장일 수도 있고, 무의탁노인일 수도 있고, 장애를 가진 이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연탄 한 장이 아쉽도록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웃일 수도 있고, 추운 겨울을 바깥에서 지내고 있는 노숙자일 수도 있다. 이들의 고통과 어려움에 동참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남을 도우면서 느끼는 기쁨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큰 선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사회가 어려울수록 이웃 사랑의 실천이 절실하다. 우리 사회 전반으로 기부와 나눔 문화가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남을 돕는 것이 결국 나를 돕는 일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형편이 어려운 이웃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돕는 사랑의 나눔 행렬이 이어졌으면 한다. 이웃돕기 나눔과 봉사활동이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기부는 그 사회의 품격과 시민들의 의식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다. 선진국으로 대접받는 대부분의 나라는 기부문화가 정착돼 있다. 기부에 동참하는 국민 비율을 보면 미국은 98%에 이르지만, 한국은 35% 수준이라고 한다. 국민들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기부에 참여하는 비율은 1% 정도라고 한다. 해가 갈수록 나눔 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반증이다.

불우 이웃을 돕는 데는 돈의 많고 적음이 중요하지 않다. 능력이 있는 사람은 많은 돈을 낼 수 있지만 능력이 모자란다면 그에 맞는 소액 기부도 사회를 따뜻하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소액 기부가 더욱 아름다운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올해가 가기전 더 많은 사람들이 작은 기부로 사랑을 실천하기를 기대한다.
불우한 이웃을 돕겠다는 것은 나눔의 가치를 잉태하여 새로운 용서와 화평을 생산한다. 얼굴없이 베풀고 나누는 수 많은 의로운 사람들이 있기에 올 겨울은 춥지만 않으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내 손은 항시 비어있어야 한다. 누군가 내 손을 필요로 할 때 잡을 수 있도록. 내 손에 다른 무엇이 가득 들어 있는 한 남의 손을 잡을 수가 없다. 소유의 손은 상처를 입으나 텅 빈 손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눔은 일회성이나 행사성이 아니다. 순간의 연민과 동정으로 남을 돕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나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인간의 작은 관심에서 베푸는 삶은 화려하거나 빛나는 일이 결코 아니다. 베푸는 삶은 남에게 주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 즉, 베푸는 삶은 주는 것이 얻는 것이다.

우리 모두 새해에는 걱정을 쌓아 놓지 않게 하소서. 하루를 지내고 나면 더 즐거운 하루가 오고, 사람을 만나면 더 따뜻한 마음으로 생각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더 행복한 일을 만들 수 있는 아름다운 을미년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한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