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는 세상 > 천막 학교 반세기
<우리 사는 세상 > 천막 학교 반세기
  • 시정일보
  • 승인 2015.01.0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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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논설위원

[시정일보]학교설립 43년간 6번을 옮겨다니며 오는 2015년 3월 30회 입학식을 준비하고 있다.
여섯 번째 이사는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폐교위기를 벗어나 7년 만에 제자리를 찾은 대안학교 성지중고등학교는 소외된 청소년들과 배움의 시기를 놓친 중장년층을 위해 만들어진 대안학교다.

1972년 구두닦이, 신문팔이 등 노동자들의 천막 야학으로 시작했다가 78년 영등포에서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으로 이전해 학력인정학교로 거듭났다. 현재 학생 750여명 중 60%가 청소년이고 나머지는 만학도들이다. 학생 가운데 상당수는 일반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다 이곳 성지중고의 문을 두드렸다.

한때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학교폭력 가해자 집합소’로 그려지기도 했지만, 실은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을 품어온 마지막 둥지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3’에서 우승한 그룹 ‘울랄라세션’의 리더였던 고 임윤택씨와 아이돌그룹 ‘틴탑’의 천지 등이 이 학교 졸업생들이다. 그랬던 이 학교는 최근 몇 년간 어려움을 겪었다.

2008년 건물이 노후해 붕괴 위험이 있다는 진단에 따라 학교용지 보금자리였던 화곡본동을 떠났다. 임시로 옮긴 곳은 강서구 방화동 소재 서울시 땅을 임대해 세운 ‘컨테이너 교실’이었다. 컨테이너에서 하는 수업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김군순씨는 “비가 오면 천장을 울리는 비소리 때문에 선생님 이야기가 안 들리는 등 수업에 지장이 컸다”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임대 살림’은 2010년으로 끝나야 했다.
원래는 화곡본동 부지에 12층짜리 건물을 새로 지어 1,2층을 상가 임대료로 공사비를 댈 생각이었다. 그러나 때마침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학생들이 내는 수업료로는 학교 운영도 빠듯한 상황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신축공사비를 따로 마련할 수 없었다. 이렇게 공사가 미뤄지면서 계획은 옛 건물 보수로 바뀌었다. 보수공사 비용 약 2억여원은 김한태 교장이 대출을 받아 마련했다. ‘임대살림’이 길어지면서 폐교 위기가 닥쳤다.

2013년 서울시 조례 개정으로 임대료가 두 배로 급등할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조례 개정으로 기존 사용료 3억에서 6억원을 내야 한다는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의견을 조율하는 6개월간 계약 없이 땅을 무단 점거한 상태가 돼버려 임대료 년 3억원 이외에 과태료를 4억7500여만원이나 납부해야만 했다. 김 교감은 “최근 3년간 선생님들 호봉도 올려주지 못할 만큼 재정적으로 너무나 어려웠다”며 “본교의 터로 다시 돌아오면서 임대료 부담을 덜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래 보금자리로 돌아온 성지중고는 이전보다 시설이 많이 좁아졌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 새터민, 조손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특성화로 교육과정 개편을 했다. 2년과정의 성인반(1년3학기)과 3년 과정의 학생반(1년2학기)을 운영하면서 문예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올해부터는 교장도 바뀐다. 성지중고 설립 때부터 일해 온 김한태 교장은 학교 이사장으로 교육소외계층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김영찬교감이 교장직을 물려받기로 했다.

새해부터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을 생각해서라도 더욱 열정을 갖고 지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7년간 방화동 학교 운영 이전, 건축 보수비, 사용료, 변상금, 소송비용등 약 40억원을 날려 버리고 돌아왔다. 선생님들은 구조 조정과 고통분담을 감수하고 이 학교를 찾아 배우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능한 한 적성에 맞는 교육에 개교 43년간의 노하우를 발휘하여 전교직원은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그리고 국민소득 4만불 시대 기반 구축도 빈부격차를 줄이는데 성지중·고등학교는 더 한층 전진할 것이다.
(성지중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