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기본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특별기고>기본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 시정일보
  • 승인 2015.01.1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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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희 서울 두산초등학교 교장

[시정일보]요즘 수많은 대학생들이 스펙과 지식으로 무장한 채 사회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직장이나 조직에서는 근본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아우성이다. 근본교육은 인간에 대한 예의와 도리를 아는 기본교육이다. 지금, 근본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요즘 학교교육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직자의 입장에서 보면 교육현장이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예전에는 한번 교직에 들어오면 퇴직할 때까지 ‘철밥통’이라는 수식어가 과장된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은 교직에서도 조기 퇴직을 하려는 숫자가 늘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주요 요인은 교육체제의 변화와 교권이 무너진 현장에서 교사가 설 땅을 잃어버린 자괴감의 발로에서 오는 현실일 것이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만나 지식 전수 이전에 희망을 나누고 꿈을 심어주는 공동체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체에는 공동체를 지키는 법이 있다. 교육공동체에서 법이란 예의와 도리를 지키는 정신적 규율이다. 그런 정신적 규율이 훼손되면 신뢰가 무너지고 교육은 빛을 잃게 된다.

오늘의 한국 교육이 근본을 잃고 방황하는 이유는 어디에서 기인된 것일까? 첫째는 경쟁력 교육이다. 이것은 한국의 경제성장과도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교육의 힘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민족의 교육열만큼은 세계가 인정하고 그 사실은 여러 경로에서 입증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의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고 있다. 경제성장은 보이지 않는 경제전쟁 속에서 이루어진다. 살아남기 위해서 무역 상대국간에도 적자생존의 법칙이 적용되고 그 결과 교육 현장에도 치열한 경쟁의식이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선진국의 교육풍토 속에는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을 통해 성취감과 자아를 완성해 나가는 반면, 우리의 교육은 타인과 경쟁 속에서 이기는 자만이 살아남는 이기적인 교육풍토가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었으니 감수성이 강한 청소년시절에 그들이 무엇을 배웠겠는가.

둘째는 수월성교육이다. 수월성 교육은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계발하기 위해 개인의 학습능력과 적성분야를 고려한 맞춤식 교육을 말한다. 나도 수월성 교육 근본 취지에는 부정적인 생각은 없다. 하지만 우리 속담에 ‘숲은 보고 나무는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수월성 교육을 실시한 결과 학생들의 성적은 다소 예전에 비해서 높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교육공동체의 협동심이 무너지고 우열반 학생들 간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우수학생들 간에도 경쟁심리만 팽배하게 자극한 나머지 학교를 입시의 지옥으로 만들어 놓고 말았다.

해마다 입시철이 끝나고 나면 학교 앞에 현수막을 걸고 ‘서울ㅇㅇ대 몇 명 합격 또는 ㅇㅇ고시합격 몇 회 졸업생 ㅇㅇ’ 등 학교가 광고 일색이다. 학교도 이제는 광고 이전에 브랜드화 되어가는 추세가 뚜렷하다. 하지만 학교는 학교로서의 역할을 다할 때 교육의 순기능이 살아나고 우리 사회가 바라는 전인적 인간을 배출할 수 있는 곳이 된다. 나는 앞으로 학교 앞 현수막에 ‘본교 학생 ○○명이 양로원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군이 이런 선행을 하였기에 알립니다’ 라는 글귀가 적혀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몇 해 전 한 신문에 나온 기사이다. 하버드대 시험문제에 나온 내용이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의식주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이었다. 그것이 무엇일까? 물이나 공기일까 아니면 평화, 사랑, 자유, 민주주의 등등 여러 가지 해답이 나올 수 있는 주제이다. 물음에 정답은 너무도 상식을 뛰어넘는 ‘남을 도와주는 일 즉 봉사’였다.

요즘 수많은 젊은이들이 스펙을 쌓고 지식으로 무장한 채 사회에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기본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직장이나 조직에서 아우성인 까닭은 근본교육이 절실한 시점에 와 있기 때문이다. 뿌리 깊은 나무가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듯 사람도 근본이 바로 섰을 때 남을 배려하는 마음, 봉사정신, 공중도덕을 지키는 민주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