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직장<행복한 공무원<알찬 행정서비스 ‘나비효과’
즐거운 직장<행복한 공무원<알찬 행정서비스 ‘나비효과’
  • 李周映
  • 승인 2015.01.2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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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시리즈/ 지방자치 현주소 /❹ 공무원 행복사업


[시정일보]1995년은 우리 현대사에서 절대 빠뜨려서는 안될 굵고 빛나는 획이 그어진 해였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시장과 구청장, 군수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선출했던 권위주의 국가 대한민국이 1987년 대통령 직선제로 민주주의로 가는 관문의 빗장을 풀더니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마저 활짝 열어 젖힌 것이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러 지방자치는 성년기로 접어들었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의 지방자치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동장군의 맹위를 떨치고 기어이 밝아 온 을미년 새아침을 기념해 본지는 우리의 지방자치 현주소를 돌아보고 발전방향을 모색해보는 기회의 장을 마련코자 한다.

신년기획을 해 온 건 본지의 오랜 전통이며, 기획의도는 그동안 누차 밝혀왔듯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달려온 본지의 사명을 잊지 않으려는 다짐이기도 하다.

올해 본지가 선정한 네 개의 주제는 지방분권과 관련한 자치조직권 확대요구와 지자체의 복지디폴트 위기, 서울시 최대 현안중 하나인 도시재생 문제, 공무원의 사기를 높이는 행복사업 등 임을 밝혀둔다.
이번 호는 신년기획 마지막 순서로 공무원의 사기를 진작시켜 대민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공무원 행복사업에 대해 알아본다.



자치구 ‘웃음경영, 펀경영’ 아이디어
‘즐거운 일터’ 생산성 절로 올라가



작년 하반기부터 공무원 연금개혁이 불거지고, 새해들어 수당 삭감이 현실화되면서 공무원들의 사기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공무원들의 사기가 올라야 구민들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구 수뇌부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몇몇 자치구에서 눈에 띄는 직장행복사업을 펼치고 있다.
노원구의 ‘행복한 반찬가게’, 도봉구의 ‘마음 쉼’, 강북구의 ‘템플스테이 힐링 프로그램’, ‘중구 가족기네스’ 등이 대표적이다.
재정은 열악한데 직원들의 사기는 높여야 하고, 각 지자체들의 숙제다.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직원들이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는 아이디어 사업들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 노원구 ‘행복한 반찬가게’에서 주문한 반찬을 찾아가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



노원구청 구내식당 ‘반찬가게’ 변신
퇴근 후 가족과 시간 늘어 ‘행복 UP’



노원구의 직장 행복사업은 여성 공무원을 위한 ‘행복한 반찬가게’와 남성 공무원들을 위한 ‘가정용 공구대여사업’등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20일 화요일 저녁 5시30분 노원구청 지하 구내식당이 ‘행복한 반찬가게’로 변신했다.

가정이 있는 여성 직원들과 싱글족 직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주기 위해 구내식당을 일주일에 2번 예약제 반찬가게로 운영하고 있는 것.

노원구청 감사담당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동미 주무관은 “구청의 행복한 반찬가게를 지난해부터 쭉 이용하고 있는데 퇴근 후 바쁘게 장을 보고 저녁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얻게 됐다”면서 “퇴근 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책을 볼 수 있는 등의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날 김동미 주무관은 일주일전 반찬가게의 메뉴를 보고 미리 주문해 놓은 호박죽과 잡채 등을 찾아갔다. 계산은 일주일 전 구청의 전자시스템에 주문과 함께 지불해 놓았다.

‘행복한 반찬가게 운영’을 맡고 있는 행정지원과 담당자는 이번 사업을 위해서 들어간 예산은 포장기계 구입비 45만원뿐 이라 했다. 반찬 가격은 재료의 시가에 따라 2000원에서 4000원 사이로 정해지고 이 비용에 재료비, 포장비, 조리원들의 초과근무수당이 포함돼 있어 별도의 예산이 필요치 않다.

지난해 11월초부터 현재까지 운영 3달째를 맞는 ‘행복한 반찬가게’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평균 70여명의 직원들이 이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인원 1635여명의 직원들이 이용했으며 대부분 재주문율이 높아 직원들의 필요를 정확히 파악한 사업으로 눈에 띈다.

이와 함께 노원구에서는 매일 오후 2시 점심식사 후 식곤증이 몰려올 시간이면 구청 강당에서 신나는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직원 건강과 업무효율성을 위해 대강당에 전문생활체조강사의 체조교실이 운영되고 있는 것.

남자직원들에게 특히 인기있는 사업도 있다. 바로 지난해 9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복한 직장 만들기’ 설문에서 제안된 ‘가정용 공구대여 사업’이 그것이다.

홍보전산과 김정재 주무관은 얼마전 구청에서 공구를 대여해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직접 테이블을 목공으로 만들었다. 김 주무관은 “최근 DIY목공이 인기인데 자주 사용하진 않지만 필요한 생활 공구로 ‘좋은 아빠’의 추억을 아이들에게 만들어 줄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 도봉구 ‘마음 쉼’ 휴게실에서 필라테스와 요가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직원들 모습.


야∼休∼회 힐링캠프· 템플스테이 등
감정 노동 공무원들 정신건강 치유


도봉구는 직원들의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국제명상아카데미와 MOU를 맺고 전문적으로 직원들의 정신건강 살피기에 나섰다.

직원들의 휴식과 치유 목적으로 지난해 구청 9층에 ‘마음 쉼’이라는 직원전용 휴게공간을 마련한 것.

이 공간은 도봉구청 직원이면 누구나 공무원증을 소지하고 근무시간을 포함해 언제든지 휴식과 명상이 필요하면 이용할 수 있다. ‘마음쉼’은 명상, 요가, 심리상담, 건강관리가 가능한 공간으로 안마의자와 필라테스 기구 등과 다도를 익힐 수 있는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정기적으로 요가와 필라테스 강사들의 강의로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도봉구는 이와 함께 각부서의 민원담당자들을 대상으로 1년에 한번 ‘야~休~회 힐링캠프’를 개최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각 부서별 민원처리 담당 직원을 한명씩 추천받아 직무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가 관리능력 향상을 위한 명상, 심리치유와 온천욕, 건강밥상 등의 자연치유 프로그램 등을 체험 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지난해 야~休~회 힐링캠프에 참여했던 생활보장과 김현철 주무관은 “최근 복지업무는 복지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민원들이 있어 퇴근 후에도 그에 대한 스트레스와 고민이 많다. 업무가 바쁜 중에 캠프에 참여해도 될까란 생각도 들었지만 확실히 좋은 기운을 많이 얻고 왔다”면서 “한계치에 올랐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기분과 함께 주민들의 고민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캠프 프로그램의 구성도 좋았지만 구청 각부서의 다양한 직책의 선배들로부터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통해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어 직장생활을 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참여소감을 밝혔다.

 

▲ 강북구 ‘템플스테이 힐링 프로그램’에서 연꽃 등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

강북구에서는 2009년 OECD <관광 산업에 미치는 문화의 영향 연구 보고서>에서 한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문화관광상품으로 선정된 템플스테이를 직원힐링 교육에 접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강북구는 관내 유명사찰인 화계사에서 1년에 1회 직원 70여명에게 템플스테이 힐링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은 마음속의 불성을 의미하는 ‘연꽃 등 만들기’, 사찰고유 음식과 함께하는 ‘점심 공양’, 묵언상태로 화계사 둘레길을 걷는 ‘걷기 명상’, 정신과 체력을 동시에 수양하는 ‘절체조’ 및 ‘기본 명상’ 등을 체험하게 되며, 스님과의 차담을 통해 화를 다스리는 법, 스트레스 해소 법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시간도 가진다.

▲ 중구 연말 부서 사진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 ‘사랑의 하모니’

‘중구 가족기네스’ 조직화합 최고
서로 응원하며 싹트는 ‘동료애’



중구의 경우 좀 더 특이한 프로젝트로 직원들에게 즐거운 직장을 만들어 주고 있다.
바로 ‘중구 가족기네스’가 그것. 이는 중구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중구기네스’를 공무원들로 대상을 바꿔 진행하는 것으로 그 종목이 이색적이다.

중구 가족기네스에는 △가장 먼 거리 출퇴근 △과장님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요 △표창 수상 최다 횟수 △키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부부 △자격증 최다 보유 △자원봉사 최다 실시 분야 등으로 나눠서 직원들이 응모를 한 후 최고기록자에게 기네스증서와 상품을 수여하고 있다.

구는 중구 가족기네스 행사를 통해 직원들이 이야기 거리를 나누고 서로를 더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듦으로 직원들 간의 유대관계가 깊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과장님과 나이차이가 많이 나요’부문에서 중구기네스 기록을 달성한 곽자영 주무관은 “당시 같은 부서에 근무했던 박기석 과장님과 제가 35세의 나이차이로 기네스에 올랐고 지금은 다른 부서로 가셨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면서 “작년에 입사해 직원들과도 서먹서먹하고 타 부서사람들과도 친해질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기네스 행사를 통해 같은 부서 직원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됐고 타부서 직원들은 먼저 인사를 건내기도 하면서 출근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곽 주무관은 부서가 복지지원과인 만큼 감성민원인이 많아 그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은데 업무적으로 큰 변화는 아니지만 이런 작은 행사를 통해 직원들이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시간으로 힐링 타임이 됐다고 덧붙였다.

중구는 이 외에도 구청 각 부서별로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촬영한 사진작품을 선정해 구청식당에 사진을 전시하고 전 직원이 투표해 최고의 사진을 뽑아 표창을 수여하는 ‘연말 부서 사진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부서의 소품들을 활용한 합주사진으로 대상을 수상한 중구 전산정보과 박혜선 팀장은 “사진 작품을 위해 팀원들끼리 함께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내는 시간을 통해 좀 더 개개인에 대해 알게 되는 시간이 됐다”면서 “대상을 받아 좋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팀웍을 다지고 서로가 응원하면서 사기를 돋는데 좋은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행복을 추구할 권리, 즐거울 권리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있다.

주민들을 만나는 직원들이 즐겁고 행복해야 서비스를 받는 주민들에게 그 행복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다.
지난해부터 복지예산, 매칭사업 등으로 인한 지자체의 재정 고민은 더 깊어졌다. 하지만 톡톡튀는 아이디어로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행복을 누릴 수 있음을 위의 사례들이 잘 보여준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란 말처럼 행복은 꼭 돈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닐것이다.
李周映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