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시인 대통령
<시정칼럼>시인 대통령
  • 시정일보
  • 승인 2015.01.2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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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창 일 (시인·한국문인협회감사)


[시정일보]대한민국의 아침은 시인들이 시작한다. 하루의 시작, 다수의 일간지들은 한편의 시를 지면에 할애하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편집형태다. 신문도 독자의 눈높이 눈 맛에 맞춘다. 외국 특파원은 한국을 IT강국을 넘어 시의 강국이라는 말도 한다. 이 땅엔 시인이 많다. 문인협회에 등록된 시인만도 8000여명이다. 고인이 된 시인까지를 합치면 한국의 시인은 어림 3만여명은 되지 않나 싶다. 1년에 시집은 1000여종이 상제(上帝) 된다. 유명시인의 경우, 세계 어느 나라에도 비교 할 수 없는 판매부수를 보인다. 신경림 시인이 외국에서 강의 중 3만부를 판매한 경우를 소개하였다. 기자는 3백부를 잘못 표현한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하였다. 시를 읽는 독자가 외국에 비하여 많음을 이야기한다. 시는 노래가 된다. K팝이 세계의 청소년에게 사랑받고 이목이 집중됨을 입증한다.

시인들의 모임에서, 시인 중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누가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모의 투표를 한 적이 있다.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는 시인. 각자의 의견을 말한다. 모의 투표에 참여한 시인들은 서시(序詩)의 윤동주 시인을 추천한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시인이라면 국민 눈높이에서 소통의 정치를 잘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다분히 시적 발상들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메시아를 그리워한다. 국민들은 언제부터인가 허재를 일컬어 농구의 대통령이니, 고인이 된 신해철을 가왕이니 하면서 가수나 농구를 잘하는 선수를 칭하여 국민 대통령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걸음 더 들어가 ‘느님'이라는 칭호까지 나온다. 하나님을 칭하는 표현에 ‘느님'을 끌어와 인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예능인 유재석을 '느님' 이라 칭하는 자막도 흔히 본다. 이름 하여 메시아를 갈구하는 현상이다.
현상이란 가정과 무형의 기대치를 포함한다. 역사적 인물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현재의 시대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선 안철수 현상이 나왔고, 관객몰이에 성공한 영화 ‘명량'은 이순신 같은 리더자를 그리워한 결과물로 보는 평론가도 있다. 옛날, 민심이 어수선 하였던 시절, 홍길동이나 임꺽정 같은 소설 속 가상인물이 인기가 있었다. 역사는 과거나 현실이나 변함이 없다. 최근 들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국제시장'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가정이 무너지고 사랑이 물질화 된 현실에서 순애보의 사랑이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 것이다.

행복을 팽목항에 빠뜨리고 그 누구하나 건져 내지 못하는 현실. 최근, 영화 ‘국제시장’은 우리의 아버지가 자녀를 위하여 헌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나를 길러주고 뼈가 으스러지도록 청춘을 바친 아버지가 지도자의 모습으로 오버랩 된다. 독일에 광부로 가서 사선(死線)을 넘나들고 월남전에 가서 기술자로 일하다가 불구의 다리를 끌면서도 웃으며 돌아온 우리들의 아버지.

메시아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역설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정치인은 국민의 속셈도 모른 양, 이념의 잣대로 영화를 난도질 하는 경우를 본다. 야당 지도자 문재인이 관람을 하고 안하고에 방점을 찍는 속 좁은 논객들이 판을 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28세의 청년 윤동주. 해방을 6개월 앞에 두고 일본의 어느 의학 실험 실습실에서 이유도 모르고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는 가정에서 지금의 실상을 감당할 수 있을까.

물론 천부당만부당한 소리다. 그저 국민들은 소통되고 국민의 눈높이의 지도자가 그립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세상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것이 정신의 뿌리다. 쉴 새 없이 변하는 속에서 아버지의 모습은 변하지 않는다. 새해는 재미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지도자. 국민은 살맛나는 세상을 기대한다. 정신의 긍지와 여유가 행복을 만든다. 밤이 아름다운 현실을 선사하고 사랑의 종이학을 여기저기서 날리는 사회.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리더자. 국민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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