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는 세상>을미년 정월을 맞으면서/김 용(논설위원)
<우리사는 세상>을미년 정월을 맞으면서/김 용(논설위원)
  • 시정일보
  • 승인 2015.01.2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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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이 세상 모든 것을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 해도 인간의 정신과 사랑만은 계량할 수가 없다. 어머니의 사랑도 바다와 같이 넓고 하늘과 같이 높다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것이다.
철학마저 수리로 푸는 컴퓨터 만능시대라고 하지만 어버이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딱 집어 이만한 것이라고 밝혀 낼 수 없다는 점에서 과학문명에 쫓기고 있는 우리는 한가닥 구원을 받은 것과 같은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 강원도 산간에서는 겨울철 빙어 축제로 몰려든 인파가 20만명 정도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교통대란을 뚫고 모여든 사람들은 젊은 부부가 대다수라지만 어린 아이들과의 시간을 즐겁게 해주고 꿈을 키워 주는 것은 어버이들이 해야 할 의무 이상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핵가족 단위의 즐거움이 있었던 뒷전에는 집을 지키고 있었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외로움이 있었다는 것을 잊을 수 없다.

다가오는 2월19일은 전통을 지켜온 설날이다. 타향 생활을 하면서 고향을 그리고, 1원이라도 아껴가면서 늙은 부모님을 상봉하기 위한 효행이 앞서간다면 이 사회는 행복지수가 높아질 것이다. 어버이가 자식을 생각하는 것만큼 자식은 어버이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뚜렷한 비교를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기적이고 타산적인 사람의 마음이 성장주(成長株)에만 투자하는 미래 지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정체되고 비생산적이며 발전을 저해하는 낡은 요소를 도태, 제거하려는 사회풍조가 가정에까지 스며들어 어지러운 세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웃어른을 받들기보다 아랫사람을 바라보며 베푸는 개발투자와 같은 사례만을 볼 뿐이다.

얼마 전 노부부가 자식들의 구박과 눈총을 받기보다는 죽음을 택해 산 속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가족제도가 무너지고 사회에서는 물론 가정에서조차 소외당한 노인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는 것을 실증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학술적인 조사 통계에 의하면 가정이 있는 노인이 시설에 있는 무의탁 노인보다도 소외감을 더 느끼고 우울증도 심했다고 한다.

이제는 봉양할 자식이 없는 노인들에 대한 보호를 운운할 단계를 넘어서 바로 집안에 있는 노인에 대한 문제로 사회관심이 파급되기에 이르렀다.

예의 바르고 도덕을 으뜸으로 숭상했으며 전래의 미풍양속을 지켜올 줄 알았던 우리의 윤리관이 근대화의 세례를 받고 이처럼 핵분열을 일으켜 가치관이 뒤집힌 것을 보면 인간의 정의와 사랑에만 안일할 수 없다는 차가운 느낌이 드는 것이다. 환가(換價)할 수 없는 문화재에 대한 세상의 무관심 같은 것이 집안의 노인에 대한 대접에도 깃들고 있음을 보게 되며 효부(孝婦)는 있으되 효자가 없음을 본다.

우리의 평균수명은 10년쯤 연장됐으며 채찍질하는 세대교체는 인구의 팽창과 더불어 그 템포를 빨리 함으로써 직업 없는 노인층은 증가일로에 있다.

이러한 노인 문제를 사회정책으로나 제도적으로 시급히 대책을 강구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지만 그에 앞서 경ㆍ노 사상과 ‘효(孝)’의 현대적 해석과 실천이 보다 선결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 복고적으로 유교사상을 어릴 때부터 주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오늘의 젊은이가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해 주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그런 뜻에서 할머니를 버리고 온 지게를 가져온 아들이, 아버지 때 다시쓰기 위해서라는 고려장(高麗葬)의 고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김용 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