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뉴타운’ 여론 비난에 정책혼선, 12곳 중 4곳만 사업 추진
종로-귀금속, 성수-IT, 마포-디자인·출판, 동대문-한방 약령시
앵커시설 투자집중…진흥지구 인지도 47% 체감변화 못느껴
사업주들 용적률 완화보다 지역 환경개선·경영자금 확대 원해
Ⅰ. 진흥지구의 도입목적과 지정현황
[시정일보]서울시는 도심형 제조업의 산업환경을 보호ㆍ개선하고, 신성장동력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07년 ‘산업 및 특정개발진흥지구(이하 진흥지구)’를 도입했다.
진흥지구는 산업클러스터 활성화전략의 하나로, 종합적ㆍ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서울의 산업공간을 확보하고 노후화된 산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수단이다. 도시계획 용도지구를 지정해 지구 내 권장산업을 활성화하고,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진흥지구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서울시 전략산업 육성 및 기업지원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운영된다.
진흥지구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산업개발진흥지구는 공업기능(정보통신, 바이오, 나노, 디자인, 인쇄출판업), 특정개발진흥지구는 비공업기능(디지털콘텐츠, 금융보험, 비즈니스서비스, 연구개발업)의 특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진흥지구로 지정되면 지구 내 특화산업(권장업종) 활성화와 물리적 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지원조치가 가능하다. 기반시설 설치, 도시계획 규제 완화, 세제 감면, 앵커시설 지원 등이 바로 그것. 서울시는 진흥지구로 지정된 곳에 △기반시설 설치 △권장업종시설에 대한 행위제한 완화(건폐율, 용적률, 높이) △지방세 감면(취득세, 재산세) △중소기업육성자금 융자 △기업지원시설(앵커시설)의 설치 및 지원 프로그램 운영 등을 지원한다.
진흥지구는 먼저 용도지구를 지정하고 진흥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상지 선정 △진흥지구 지정 △진흥계획 수립 △지구단위계획 수립(필요시) △진흥계획 운영ㆍ평가 등 5단계로 운영된다. 진흥지구 지정 대상지는 자치구 신청을 받아 서울시가 선정한다. 선정된 대상지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진흥지구로 지정된다. 진흥지구로 지정된 후 진흥계획을 수립하고, 필요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운영한다.
진흥지구 운영은 서울시 경제정책과와 도시계획과에서 담당한다. 경제정책과는 대상지 선정, 진흥계획 결정, 지원 및 평가 등 산업지원 업무를 수행하며, 도시계획과는 진흥지구 지정, 지구단위계획 결정 등 도시계획 조치를 담당한다. 진흥지구 지정은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진흥계획은 진흥지구심의위원회에서 각각 심의ㆍ결정한다.
2007년 도입돼 소극적으로 운영되던 진흥지구는 2009년 산업뉴타운기를 거치면서 정책기조가 전환됐다. 주거지 정비를 위한 뉴타운과 마찬가지로, ‘산업뉴타운’이란 이름으로 본격 추진되면서 서울시가 적극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서울시는 500억원의 앵커시설과 500∼1000여억원의 기반시설 확충을 특별 지원하고, 2017년까지 30개 지구를 지정, 총 3조442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산업뉴타운 정책은 특화산업(권장업종)을 활성화하기보다 기반시설과 앵커시설 설치 등 물리적 환경을 정비하는 데 치중해왔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 지원이 축소되고, 지방세 감면에 대한 시의회의 반대가 겹치면서, 2012년 산업공동체 중심의 활성화 정책으로 정책기조가 다시 전환됐다. 아직은 산업공동체가 구성되지 않았고, 자체 운영기반이 취약한 상황이라서 산업공동체 구성을 위한 지원이 앞으로의 과제다.
진흥지구 지정을 위해 12개 대상지가 선정됐으나, 실제 추진되는 곳은 4개 지구에 불과하다. 12개 대상지 중 2010년 6개와 2013년 1개 등 총 7개가 진흥지구로 지정됐다. 나머지 5개 대상지 중 1개는 사업 취소(마포 웨딩), 4개(중구 인쇄, 중구 디자인, 중랑 패션, 강남 디자인)는 추후 여건을 검토한 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진흥지구로 지정된 7개 지구 중 보류되거나 서울시 관리대상에서 제외된 3개(중구 금융, 영등포 금융, 서초 R&D)를 빼면, 사실상 4개 지구(종로, 성수, 마포, 동대문)만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종로(귀금속), 성수(IT), 마포(디자인·출판) 진흥지구의 권장업종 사업체 특화도(LQ)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종로 54.6, 성수 2.9, 마포 5.5), 다른 업종들과 혼재돼 있는 양상을 보인다. 종로(귀금속)는 권장업종 사업체수 비율이 48%를 차지하지만, 성수(IT)와 마포(디자인·출판)는 권장업종 이외의 사업체 비율이 93∼94%를 차지하고 있다. 성수(IT)에는 인쇄, 자동차, 신발 등 전통 제조업이 상당수 입지해 있으며, 마포(디자인ㆍ출판)는 음식점, 카페, 주점 등이 혼재돼 있다.
Ⅱ. 진흥지구의 운영실태와 문제점
서울시는 2011년부터 3년간 종로, 성수, 마포 3개 지구에 총 350억원을 지원했다. 이 중 85%가 앵커시설 조성에, 15%는 앵커시설 운영비로 사용돼 진흥지구의 지원기반을 마련하는데 투자됐다. 성수ㆍ마포지구는 앵커시설을 운영 중이며, 종로는 준비 중이다. 산업공동체는 마포지구(홍대 앞 산업회)만 구성됐을 뿐, 종로ㆍ성수는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
지난 3년간 진흥지구 내 권장업종 사업체 수는 다소 증가했지만, 인지도는 아직 낮은 편이다. 진흥지구 지정 이전인 2007년과 이후인 2012년의 권장업종 사업체수 변화를 보면, 종로는 감소(-11%), 성수(62%)와 마포(156%)는 증가 양상을 보인다. 종로(귀금속)의 사업체수 감소는 세운상가 예지동 일대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추진되면서 귀금속 점포들이 이전했기 때문이며, 성수(IT)는 소규모 사업체 위주로 증가했다. 마포(디자인ㆍ출판)는 사업체와 종사자 수 모두 증가했다.
지구 지정 후 2010∼2013년 건축동향을 보면 증개축ㆍ대수선, 용도변경이 활발하다. 종로와 마포는 신축 28%, 증개축ㆍ용도변경 72% 수준이다. 성수는 지식산업센터 등 신축 비율이 44%로 다소 높은 편이며, 증개축ㆍ용도변경은 56%수준이다. 따라서 신축 외에 증개축ㆍ용도변경 등 다양한 건축활동을 고려한 지구단위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진흥지구 3곳의 사업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설문조사(315부) 결과에 따르면, 사업주들이 느끼는 체감 임대료와 산업환경의 변화는 지구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구 지정 후 산업환경은 큰 변화가 없지만(84%), 사업체수 증가(33%), 상징성 제고(27%) 등 일부 긍정적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임대료와 업종 변화에 대해서는 연차별 모니터링을 통해 그 추세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에 반해 진흥지구에 대한 인지도는 낮고, 진흥계획 수립 시 의견수렴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이 진흥지구로 지정된 것을 아는 사업주는 47%로, 종로 49%, 성수 42%, 마포 50% 등 절반 정도에 머물고 있다. 주로 주변 업체(46%)나, 신문ㆍ인터넷(23%)을 통해 인지하는 경우가 많으며, 서울시ㆍ자치구 홍보를 통해 알게 된 비중은 9%에 불과하다. 또한 ‘지구 지정 및 계획 수립 시 의견수렴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응답이 61%를 차지해, 의견수렴이 잘 이뤄졌다’는 응답(39%)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진흥지구 내 사업주들은 지역의 환경개선 및 자금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진흥지구의 권장업종 활성화를 위해 지역 환경개선 및 정비 18%, 자금 융자 및 대출 확대 15%, 사업장 임대료 지원 13% 순으로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용적률 등 건축규제 완화는 6%로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
진흥지구는 정책목표를 재정립하고, 지금까지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산업 활성화보다 물리적 환경 개선 위주로 추진돼 온 정책기조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진흥지구는 산업 활성화와 도시계획 지원조치가 결합한 정책으로 출발했지만, 앵커시설, 권장업종시설에 대한 용적률 인센티브 등 물리적 지원조치가 강조되면서 부동산 개발이 우선시 됐다. 또 2007년 도입된 이후 2009년 산업뉴타운기, 2012년 정책조정기를 거치면서 잦은 정책기조 변화로 정책 추진에 혼선이 초래됐다.
둘째, 중장기 계획 부재와 대상지의 지정요건이 미흡했다. 기본계획 없이 다수의 대상지를 한꺼번에 선정했다. 서울시는 진흥지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기본계획 없이 12개 대상지를 선정했으나, 4개 지구만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진흥지구 대상지 지정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산업과 도시계획으로 운영절차가 이원화돼 있다. 무엇보다 선 진흥지구 지정, 후 진흥계획 수립이 문제다. 진흥지구 지정의 필요성과 향후 운영방향에 대한 검토가 미흡한 상태에서, 먼저 용도지구(진흥지구)를 지정하고 진흥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또 진흥지구 지정, 계획수립 등의 심의가 산업부서와 도시계획부서로 이원화돼 심의위원회 간 견해 차이, 중복 심의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넷째, 산업생태계와 지역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진흥계획 또한 문제다. 진흥계획 수립 시 지구 내 산업생태계, 권장업종 사업체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의견수렴이 미흡한 실정이다. 진흥지구 내 산업 및 지역특성에 대한 검토 없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거나, 일반 지역의 지구단위계획과 유사하게 수립될 우려도 있다.
다섯째, 진흥지구를 운영할 실질적인 운영주체가 부재하며, 사후관리체계가 미흡하다. 진흥지구는 대부분의 과정이 서울시와 자치구 주도로 이뤄지고 있어, 지구별 특성과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추진주체(산업공동체)가 없는 실정이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은 권장업종시설에 대한 사후관리 또한 문제다. 진흥지구 내에 권장업종시설이 입지하면 용적률 인센티브가 제공되지만, 용도변경 등 권장업종시설에 대한 사후 용도관리방안이 미흡한 실정이다. 또 진흥지구의 운영실적과 효과를 평가할 모니터링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양재섭(도시공간연구실 연구위원, 도시재생연구센터장)
■ 진흥지구의 제도 및 운영 개선방향 |
진흥지구 기본계획 수립, 대상요건 강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