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복지사각, ‘등잔 밑이 어둡다’
<기자수첩>복지사각, ‘등잔 밑이 어둡다’
  • 윤종철
  • 승인 2015.02.0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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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얼마 전 공공근로 신청을 위해 구청은 찾은 한 주민이 구청 8층 난간에서 뛰어내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복지사각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구멍이 숭숭 뚫린 복지 그물망에 대해 사람들의 지적과 질타가 그대로 쏟아졌고 각 자치단체는 구석구석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나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일었다. 책임 소재만을 묻는 현실에서 누구보다 충격과 스트레스를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해당 공무원의 복지는 과연 있는 것일까?

이 같은 의문은 비단 극단적인 사건의 경우에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최근 공무수행의 기본인 친절을 역이용해 떼쓰기, 협박하기, 허위신고 등의 악성민원이 증가하며 이를 상대하는 공무원들의 긴장도와 피로도는 극에 달하고 있다.

최근 성동구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감정노동 관련 직무스트레스 보고서를 보면 이 같은 공무원들의 스트레스가 여실히 나타나 있다.

이에 따르면 인격을 무시하는 반말과 폭언 등으로 좌절, 분노, 적대감 등을 느낄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91%에 달했다. 이 중 63%가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 불면증, 만성피로를 느꼈으며 심지어 가정생활에 지장을 주고 있는 경우도 8%나 됐다.

그럼에도 절반이 넘는 사람이 민원 처리 시 받은 스트레스를 특별한 방법 없이 속으로 삭이고 있었으며 그 중 1%는 이미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각 자치구마다 ‘대동소이’ 하며 이쯤 되면 전 사회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는 명백한 복지 사각지대다.

임신한 사회복지사가 스트레스로 유산을 하고 업무 피로를 풀지 못해 우울증으로 자살을 택하는 감정노동자들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는 사각지대의 소외된 계층들이 차이가 있을까.

그러나 아직까지도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전무하다. 단순히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정원만을 늘려서는 될 일이 아니다.

원래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며 대부분의 심각한 문제들은 바로 이 등잔 밑에서 시작된다. 이제부터라도 눈을 돌려 등잔 밑에 있는 이들의 고충을 자세히 그리고 수시로 들여다 봐야 할 것이다.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가화만사성’이란 말처럼 구정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행복해야 구민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