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현재 배우자와 잘 살아라
<시정칼럼> 현재 배우자와 잘 살아라
  • 시정일보
  • 승인 2015.03.0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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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남자 나이 60살 넘어 필요한 다섯 가지가 있다. 요새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고 있는 우스개라고 하지만 참 흥미롭다.

60세가 넘으면 필요한 것. 즉 여자가 60살 넘어 필요한 것 5가지는 돈, 건강, 애완견, 딸 그리고 친구란다. 정작 제일 가깝게 있어야 하는 남편이란 존재는 10위권에도 못 낀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남자가 60살 넘어 필요한 5가지는 2위부터 5위까지가 집사람, 처, 아내, 부인이다. 참 황당하고 웃음이 날 수밖에 없다. 남자들은 모두 제일 우선으로 배우자를 손꼽았는데 말이다.

이 말은 그만큼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남자에게 아내의 존재는 더욱 커진다는 뜻인데, 대망의 1위는 친구나 돈이 아닌 바로 ‘아이들 엄마’라고 한다. 재미있는 말 같지만 남자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시라.

남자는 60이 넘으면 서서히 가장으로서의 권력을 양보해야 될 시기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자녀들 앞에서나 친구들 앞에서 아내를 경시하는 태도를 이제는 버려야 한다. 늙어서 눈치 보며 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정권은 바뀌기 마련이고 독재는 무너지기 마련이다.

“현재 배우자와 잘 살아라”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부부가 함께 살다 보면 여러 가지 힘든 상황으로 인해 잘못된 만남, 잘못된 인연이라 판단해 이혼이라는 것을 마음먹기 쉽지만, 실은 젊어서 사랑해 결혼했고, 자녀들 낳고 사는 지금의 배우자가 인생에 있어 최선의 선택이었고 앞으로도 그러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마음가짐을 바꾸고 좋은 배우자가 되도록 스스로가 노력하면 순간의 실수나 인내심 부족으로 인해 생기는 파탄을 피할 수 있다. 이혼은 자녀들에게 주는 상처도 크거니와 당사자들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도 크다. 실제 재혼 커플의 이혼율이 최근 들어 60%를 넘는다는 통계를 볼 때 배우자를 바꾸면 더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은 환상이라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어느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 한 마디가 지금까지 살아 온 가정회복의 지침이 되었다고 할까. “결혼은 호기심에 하고, 이혼은 인내심이 부족해 하고, 재혼은 건망증 때문에 한다”는 말을.

옛말에 결혼식 손님은 부모님 손님이고, 장례식 손님은 자녀들의 손님이라고 했다. 장례식 손님의 대부분은 실상 고인보다 고인의 가족들과 관계있는 분들이다. 이렇게 보면 마지막까지 내 곁에 남는 사람은 가족들이요, 그 중에 아내요, 남편이다.

젊을 때 찍은 부부 사진을 보면 대개 아내가 남편 곁에 다가서서 기대어 있다. 그런데 늙어서 찍은 부부 사진을 보면 남편이 아내 쪽으로 몸을 기울여 있는 모습이다. 그렇듯이 젊을 때는 아내가 남편에 기대어 살고, 나이가 들면 남편이 아내의 도움을 받으며 생을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서로를 향하여 여보, 당신 이라고 부른다. 여보(如寶)라는 말은 ‘보배와 같다’라는 말이고, 당신(堂身)은 ‘내 몸과 같다’라는 말이다. 그리고 마누라는 ‘마주보고 누워라’의 준말이고, 여편네는 ‘옆에 있네’에서 왔다고 한다.

부부는 서로에게 가장 귀한 보배요. 끝까지 함께 하는 사람일 것이다. 세월이 가면 어릴 적 친구도, 이웃들도, 친척들도 다 곁을 떠나게 된다. 마지막까지 내 곁을 지켜줄 사람은 아내요, 남편이요, 자녀들이다. 그래서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며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피곤한 시대’이다. 아내는 남편의 안식처가 되며, 남편은 아내의 안식처가 될 때, 비로소 가정은 평화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 세상엔 만남이 행복을 가져오기도 하고 불행을 가져오기도 한다. 사람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남을 값지게 하는데 노력을 해야 한다. 부부간의 아름다운 만남은 생의 가장 큰 축복이다. 일상에서 축복된 만남이 되려면 먼저 자신이 좋은 만남의 당사자가 되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