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
우리 동네 문지기
오십 년 된 은행나무
초록 옷 벗고
황금색 옷을 갈아입었어요
가을이 왔다고
비단옷이 바람에 살랑살랑
떨어지는 소리 톡톡
황금알이 떨어지네요
쌓이는 은행잎
발걸
음도 가볍게
나의 머리에 떨어지는 잎
어디든지 따라간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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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를 오랫동안 지켜온 은행나무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따뜻하게 그려낸 동시다. 지영자 작가의 세 번째 동시집 <산타할아버지>(새한)에 나온 동시다. ‘은행나무’를 ‘우리 동네 문지기’라고 표현하면서, 마치 사람처럼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온 존재로 묘사한다.
초록 옷을 벗고 황금색 옷을 갈아입는 모습은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면서도, 은행나무가 새 옷을 입는 듯한 의인법적 표현을 통해 가을의 멋과 생명을 느끼게 한다. ‘비단옷이 바람에 살랑살랑 떨어지는 소리 톡톡’이라는 구절에서는 시각적·청각적 표현이 조화되어, 가을날 은행잎이 흩날리는 풍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나의 머리에 떨어지는 잎 / 어디든지 따라간대요’라는 마지막 부분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따뜻한 마음을 담았다. 아이의 순수한 시선으로 본 자연의 정겨움이 느껴지며, 은행잎 하나에도 애정과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지영자 작가의 동시를 읽으며, 평소 무심히 지나치던 은행나무의 아름다움과 계절의 변화를 새삼 느끼게 되고, 자연이 주는 작은 선물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최창일 이미지 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