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우리나라는 2008년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하여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65세 이상의 노인을 돌보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인의료복지시설, 재가노인복지시설 등 다양한 시설을 운용하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균열이 생기고 있다.
2024년 12월 말 기준 노인의료복지시설(노인요양시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6,195개소이며 입소정원은 250,898명으로 그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의료복지시설의 양적 성장에 반하여 부정적인 그림자도 드리워지고 있다.
노인요양(원)시설은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운 고령자에게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주로 치매, 중풍, 만성 질환 등으로 인해 장기 요양이 필요한 노인이 입소 대상이다. 이곳은 의료 서비스, 숙식 제공, 위생 관리, 정서적 지원 등 종합적인 돌봄을 제공한다. 시설 내에는 요양보호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상주하며, 입소자의 신체적ㆍ정신적 상태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특히 노인요양시설은 보호자와의 협력 아래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가족 구성원의 돌봄 부담을 덜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시설은 공립과 사립으로 구분되며, 각각의 시설 운영 방식에 따라 제공 서비스와 이용료가 다를 수 있다.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하기 위해서는 65세 이상의 고령자로, 장기요양등급 1~2등급이거나 3~5등급으로서 치매 등으로 가족이 보호하기 어려운 노인의 경우에 한한다. 물론 늙으면 무조건 가는 그곳이 아니다.
노인요양시설은 생활 지원과 정서적 돌봄에 중점을 두고 운영되는 반면, 노인요양병원은 의료적 치료와 재활에 중점을 두고 있어 전문 의료진이 상주하며 지속적인 의료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개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요양병원을 혼동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 요양 서비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돌봄의 현장은 너무나 허술하고, 때로는 잔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들어 일부 노인요양시설에서의 학대·비리 사건이 보도되기도 하지만, 수면 아래에는 더 많은 침묵과 방임, 그리고 구조적 문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
노인요양시설 상당수는 인력 부족과 낮은 수익성, 허술한 행정감독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입소 어르신은 한 사람의 ‘환자’이자 ‘고객’이지만, 때때로는 ‘상품’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장기 요양등급 판정의 허점, 형식적 안전 교육, 도급 형태로 계약된 요양보호사 공급 구조가 돌봄의 질을 저하한다.
일부 노인요양시설에서는 어르신의 복지보다 수익을 우선시하는 운영 행태가 만연해 있다. 심지어 요양급여를 부풀려 청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가족의 부재를 틈타 어르신을 고립시키는 방식도 간접적 학대의 일종이다. 이러한 실태는 한두 곳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 구조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노인요양시설과 관련된 침묵은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돌봄의 이름으로 방치와 학대가 벌어지고 있다면, 그것은 단지 노인요양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언론은 그 침묵을 세상에 알리는 창이 되어야 하지만, 그 창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누군가를 또다시 다치게 해선 안 된다.
‘나는 절대로 노인요양시설에는 가지 않을 것이다’라는 어느 요양보호사의 고백이 잊히지 않는다. 부모님을 가족처럼 돌볼 것이라 믿거나 질 높은 서비스를 기대보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만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애절함이 속상하다. 이런 생각은 쓸데없는 오해라고 일깨워주기를 기대해본다.
하지만 모두가 문제를 알고 있어도, 쉽게 입 밖에 내지 못한다. 문제 제기가 내부 고발로 비화하면 해당 종사자는 업계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다.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다른 노인요양시설로 옮김도 고려하지만, 그마저도 ‘그나마 낫다’라는 판단 앞에서 머뭇거린다.
치매가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라면 더욱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 이때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해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어르신의 삶의 질에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선택이다. 현명한 노인요양시설 선택하기 위해서는 어르신의 건강 상태, 인지 상태, 질환 여부 등을 고려해 그에 맞는 시설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노인요양시설에서의 신체적, 정서적 학대 및 방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요양보호사들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환자들을 오랜 시간 방치하거나 부적절한 방법으로 제압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마지막 가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저승길 대기소, 우리나라 노인요양시설의 현실이 일반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실상은 더 비참하다며 한탄한다.
돌봄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사회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윤리이자 연대다. 노인요양시설에 계신 노인은 단지 수용 대상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낸 주체로서 존중받아야 할 존재다.
그리고 열심히 본업에 충실하고 있는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 등 관계자가 가족을 대신하여 밤낮없는 노력과 수고와 희생이 묵과되어서도 아니 될 것이다. 노인복지와 요양보호사 처우는 한 몸이다.
이제 우리는 노인요양시설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 시설의 문제를 단죄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왜 그 문제가 반복되는지를 묻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국가는 감독을 강화하고, 시민은 감시의 눈을 넓히며, 언론은 사실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보도를 통해 공적 담론을 형성해야 한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는 국가적으로 급속한 인구 고령화를 대비하기 위하여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인 대상 의료 서비스와 요양·돌봄에 대한 수요가 심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노인의 건강 관리 및 돌봄과 관련된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앞으로 고령화에 따른 의료 및 돌봄에 대한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이 더욱 증대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이 시급하다. 따라서 후기고령자의 증가와 베이비붐세대의 노인 계층 진입에 대해 단편적인 정책으로는 그들의 문제와 욕구에 대응할 수 없는 실정이다. 더욱 세밀하고 다양화된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특히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으로 부득이하게 노인요양시설에 가게 된다면, 가지 않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지역사회나 국가적 차원에서 시설과 제도를 정비하고 책임성 있는 돌봄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한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임춘식)
